[사회] 실업팀 '해체', 중등부 '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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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는 팀 해체, 교육청에서는 신규 팀 창단.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니스 종목의 상반된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간 엇갈린 정책에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체육계 관계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오후 세종시테니스협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청 테니스팀(실업팀) 해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16일 연서중학교에 테니스부를 창단했다. 테니스부는 지도자와 선수 7명(남 4명·여 3명)으로 구성됐다. 선수는 연서중에 재학 중인 1~2학년이며 대부분 테니스를 처음 시작한다. 세종교육청은 창단식에서 “본격적인 테니스 인재 육성에 나서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세종 연서중, 테니스부 창단 "인재 육성"
세종교육청과 세종시체육회는 이날 창단한 연서중 테니스부가 금남초·조치원명동초, 조치원여고를 이어줄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4년 창단한 조치원여고 테니스부는 현재 선수가 없이 명맥만 유지 중이다. 세종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입학할 자원을 찾지 못해서다. 세종시테니스협회는 연서중 테니스부 여자 선수들이 1~2년 뒤 조치원여고로 진학하면 금남초-연서중-조치원여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테니스협회 관계자는 “연서중 테니스부는 단순한 창단이 아니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며 “유능한 선수를 발굴해 세계적 테니스 선수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세종시 연서중학교에서 테니스부 창단식이 열렸다. 지도자와 1~2학년 선수 7명으로 구성된 테니스부는 세종을 대표해 각종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사진 세종시교육청]
이런 가운데 세종시는 지난 7월 말 소속 테니스팀(실업팀)을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재정 대비 예산이 많이 투입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세종시는 2012년 광역자치단체 출범과 함께 창단한 테니스팀을 해체하고 유도팀을 새로 창단할 계획이다. 테니스팀 해체로 지도자 1명과 7명의 선수(남 3명·여 4명)가 직장을 잃게 됐다.
세종시, 재정난 이유로 테니스팀 해체
세종시는 팀 해체 이유로 열악한 재정 상황과 파행 운영을 꼽았다. 테니스팀을 운영하는 데 연간 10억6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데다 지도자가 장비 구입 과정에서 비위 행위가 적발돼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게 세종시의 입장이다. 세종시는 지난해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이 과도한 연봉(전년 대비 100% 인상)을 요구한 것도 팀 해체 이유로 꼽았다.
이와 관련, 세종시 관계자는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정상적으로 팀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 해체를 결정했다”며 “테니스팀을 해체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고 유도팀 창단은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오후 세종시테니스협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청 테니스팀(실업팀) 해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테니스팀 선수들과 세종시테니스협회, 대한테니스협회는 ‘해체 철회’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테니스팀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 선수들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며 “재정 여건은 모든 공공기관이 겪는 어려움인데 이 문제로 팀을 해체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실제 세종시 테니스팀 간판인 이덕희 선수는 지난달 초 열린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쳐스대회 남자 단식에서 우승했다.
세종시 팀 해체로 '초-중-고-실업' 경로 단절
세종시테니스협회와 대한테니스협회는 “(세종시)팀을 해체하면 지역의 초·중·고 선수들의 성장 경로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대표를 꿈꾸는 세종의 어린 선수들의 희망을 빼앗는 일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익명을 원한 충청권 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스포츠를 경제 논리(예산 문제)로만 접근한다면 비인기 종목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에 직장 운동부(실업팀)를 운영하도록 명시한 것도 저변을 확대하고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미래를 보장해주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19일 파리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 선수가 대전 유성구 호텔 ICC에서 열린 '2024년 체육가족 송년의 밤' 행사에서 체육 꿈나무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대전시는 민선 8기 출범한 뒤 자치구(區)와 협의, 3개의 실업팀을 새로 창단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취임 직후 “지역의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팀 창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각 구청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1월 대덕구청에 세팍타크로, 서구청에 태권도, 동구청에 정구(소프트볼)팀을 각각 창단했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으로 불리는 팀들이다. 각 팀은 지도자와 선수 등 7~8명으로 구성됐다.
대전시, 민선 8기 들어 3개 실업팀 창단
이장우 대전시장은 “펜싱의 오상욱 선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존심으로 대전이 길러낸 스포츠 스타”라며 “체육 꿈나무들이 대전을 떠나지 않도록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뜻을 모아 실업팀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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