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대재해 발생하면 돈줄 막힌다…대출 줄고 연기금 문턱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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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를 낸 기업은 앞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정부의 강력한 산업재해 억제 기조에 맞춰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 심사나 기관 투자를 할 때 중대재해 발생 이력을 반영하기로 하면서다.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 사고 현장. 연합뉴스
17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5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망 사고에 최대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었다. 이번 방안은 해당 종합대책의 금융 분야 후속 조치 성격이다.
앞으로 중대재해 발생 기업은 일단 대출 받기부터 까다로워진다. 중대재해 이력을 신용평가 항목과 등급 조정에 명시적으로 반영하기로 하면서다. 또 중대재해가 나면 대출 한도를 감액하거나, 대출을 중단하는 내용도 신규 대출 약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중대재해를 낸 기업은 대출뿐 아니라 투자받기도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중대재해를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중대재해를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평가에도 의무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중대재해 기업은 보험료도 오른다. 최근 3년 내 중대재해를 낸 기업은 배상책임보험·건설공사보험·공사이행보증 등의 보험료율을 최대 15% 할증한다. 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에서 중대재해 기업에 대해 기업평가 평점 감점 폭을 5~10점으로 늘리고, 보증료율 가산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공시 규정도 강화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형사 판결까지 받으면 관련 내용은 수시로 공시하도록 제도를 손질한다. 특히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에는 공시 기간 발생한 사고 현황과 대응 조치 등도 상세히 담도록 했다.
다만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안전 설비에 투자하면 이에 대한 대출은 금리를 우대하는 인센티브(혜택)를 주기로 했다. 또 안전우수 인증 기업을 대상으로 금리나 한도·보증료를 우대하는 상품도 새로 만들 예정이다.
금융위는 중대재해 기업의 대출이나 투자를 줄이는 것은 제재 성격보다는 건전성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금융위는 “중대재해에 행정·사법 조치를 강화하면 기업의 향후 영업 활동이나 투자 수익률 등이 과거와 달리 크게 변화할 수 있다”며 “건전성 유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미 중대재해로 강력한 행정·사법 조치를 받는 상황에서 돈줄까지 죄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사업의 경제성을 보고 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 없는 중대재해까지 대출 심사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결국 금융당국이 기업을 제재하기 위해 금융사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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