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완공 밀리는 LG엔솔 미 공장 “보조금은 시간이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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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 커지는 ‘비자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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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사진. 예상치 못한 ‘비자 사태’에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LG엔솔)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구금됐던 여파로 공장 건설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배터리 공장은 시간이 돈인데, 공장 가동 일정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 한·미 정부 간 비자 제도 개선 협상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미국에 체류 중인 단기 상용 비자(B1·B2) 소지 직원들에게 출근 중단 지침을 지속하고 있다. 구금됐던 임직원(협력사 포함)들은 지난 12일부터 다음 달 추석 연휴까지 유급휴가 중이다. 회사 측은 비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꼭 필요한 고객 미팅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정부 간 협상 결과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장 건설 중단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조지아주 합작 공장에 대해 “최소 2~3개월의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증권가에선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더 비관적인 예상도 나온다. 당초 해당 공장은 올 연말 완공, 내년 초 양산이 예상됐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설치 및 시운전 단계에서 핵심 인력 이탈로 내년 양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외교적 해결 없이는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어 1년 이상 양산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LG엔솔의 매출 감소와 보조금 축소, 금융비·고정비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 특히 IRA 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2032년 종료 예정인데, 배터리 양산이 지연되면 그만큼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AMPC에 의존하는 LG엔솔의 경우 타격이 크다. 지난 2분기 LG엔솔의 AMPC 금액은 4908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14억원에 불과했다.

증권가에서는 LG엔솔의 미 공장들이 속속 완공되며 AMPC 혜택이 올해 1조7000억원대에서 내년 2조6000억원대로 상승하고 조지아주 공장 생산량으로도 수천억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이런 예측 역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조지아주 공장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 내년부터 예정된 현대차량 미국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LG엔솔의 내년 수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AMPC 혜택 외에 조지아주 공장은 LG엔솔이 북미 고객을 다각화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현재 LG엔솔의 북미 판매량은 제너럴모터스(GM)에 60% 이상 집중돼 있다. 조지아주에서 현대차와 합작 공장을 운영하며 현대차향 미 판매량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뼈아픈 상황이다.

K배터리 업체들은 하루빨리 비자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B1 비자에 대한 한미 간 해석 차이가 크다. 그동안 배터리 업체들은 B1 비자에 대해 ‘장비 설치·교육·회의 참석’ 등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여겨 왔다. 미 국무부 외교 업무 매뉴얼에 따랐고, 주한 미국 대사관과도 소통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317명 가운데 146명은 B1·B2 비자를 소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미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건 K배터리 업체 모두 마찬가지”라며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양국 간 비자 제도 개선이 빠르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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