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형형색색 도심 속 111개 테마정원 거닐며 가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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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노후한 공원에 사람이 꾸민 정원을 더해 자연과 합작하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찾아가 보세요.
서울 보라매공원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정원은 힐링과 다양한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특히 도심 속 정원은 손쉽게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이지만, 실제 시민 생활권 내에는 나무나 풀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서울 시민 1명이 누릴 수 있는 녹지면적은 2019년 기준 18.9㎡로 런던(68.2㎡), 홍콩(34.6㎡), 뉴욕(20.9㎡)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넓지 않다. 높은 인구밀도와 서울의 녹지 중 대부분이 산이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시민들에게 녹지를 돌려주는 방법의 하나로 ‘정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은 도심 속 녹색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고,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정원을 찾고 있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은 김이솔·이주호·서진하(왼쪽부터) 학생기자가 12만평 보라매공원에서 펼쳐지는 알록달록 정원의 향연을 듬뿍 즐겼다. 플라타너스 숲을 그대로 이용해 숲속에 나무 플랜트로 다양한 형태의 화단과 쉼터를 만들고 작품 속에서 관람객들이 쉬면서 감상하도록 한 정원.
정원은 힐링과 다양한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특히 도심 속 정원은 손쉽게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이지만, 실제 시민 생활권 내에는 나무나 풀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서울 시민 1명이 누릴 수 있는 녹지면적은 2019년 기준 18.9㎡로 런던(68.2㎡), 홍콩(34.6㎡), 뉴욕(20.9㎡)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넓지 않다. 높은 인구밀도와 서울의 녹지 중 대부분이 산이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시민들에게 녹지를 돌려주는 방법의 하나로 ‘정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은 도심 속 녹색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고,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정원을 찾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이후 곳곳에 크고 작은 정원을 조성 중이다. 특히 정원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10회째를 맞은 올해 역대 최장·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도심 속 공원을 정원 문화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 아래 보라매공원 40만㎡(약 12만 평)에 111개 정원을 조성한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10월 20일까지 152일의 여정 중이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정태 도슨트(맨 오른쪽)에게 각 정원의 주요 포인트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 그린 소울(Green Seoul·Soul)’이라는 주제처럼 도심 속 초록의 감성을 담은 작품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보라매공원은 과거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자리인데, 1985년 12월 충북 청주시로 공사 이전 후 보수 과정을 거쳐 1986년 5월 문을 열어 다소 노후했다. 이번 박람회 로 보라매공원도 새 옷을 갈아입었다. 오래된 녹지와 시설은 정원으로 재구성됐고, 잔디광장과 산책로 구간마다 새로운 콘셉트가 더해졌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만큼 지난해 90개이던 정원 작품 수는 올해 111개로 늘었다. 분야별로는 정원 자체가 작품이 되는 ‘작가정원’ 7개를 비롯해, 학생·시민·다문화가족·서울 25개 자치구가 참여한 ‘동행정원’ 62개, 기업·기관·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작품정원’ 33개, 서울의 이야기를 담은 ‘매력정원’ 9개가 각각 조성됐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 정원의 주요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관람하기 위해 김정태 도슨트와 함께했다. “한정된 시간 동안 모든 정원을 둘러볼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작가정원 위주로 둘러볼 예정이에요. 이후에 다른 정원들도 꼭 살펴보길 바랍니다.” 작가정원은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한 ‘자연성’을 강조한 초청정원 2개, ‘제3의 자연’을 주제로 한 공모정원 5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공모전에는 16개국에서 106개 작품이 출품됐는데, 5개가 선정됐으니 엄청 치열했겠죠. 제3의 자연은 원생의 자연인 제1의 자연, 도시·농경지 등 인공 환경인 제2의 자연이 아닌 자연·인간의 경계에 있는 정원을 말합니다. 제1의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만든 정원 등을 의미하는데요. 정원은 자연 예술이자 사람과 자연이 합작하는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죠. 지금부터 그런 작품들을 보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살펴볼 거예요.”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는 정원산업전·가든센터·가든퍼니처 특별전·가든 캠핑 등의 다양한 행사가 치러져 볼거리가 가득하다.
문화·체험 행사와 대형 해치를 만날 수 있는 ‘해치의 마법정원’이 있는 잔디광장 근처 ‘2024 서울시 조경상’ 대상 수상자인 박승진 작가의 초청정원 ‘The Third Track’이 자리한다. “보라매공원 잔디광장 주변에는 트랙이 있습니다. 천연 잔디광장을 바라보면서 달릴 수 있는 쾌적한 트랙이라 많은 시민이 이곳에서 운동을 하죠. 그런데 여긴 약속이 있어요. 트랙 1은 천천히 걷는 사람들, 트랙 2는 달리는 사람들이 사용하기로 했죠. 바닥에 느리게, 빠르게라고 써있기도 해서 이용자가 원하는 속도를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트랙을 달리다 보면 누군가가 추월하면 나도 모르게 속도를 올려야 하나 압박을 좀 받잖아요. 박승진 작가는 그 어떤 압박도 느낄 필요 없는 그냥 내 마음대로 내 속도대로 산책하면 되는 세 번째 트랙, 가든 트랙을 제안합니다.” 정원의 별칭은 라르고(Largo), 음악 용어로 매우 느리게라는 뜻이다.

내 속도대로 산책하면 되는 ‘The Third Track’.
바깥쪽 두 개의 트랙보다 천천히 걷는 길, 사색하면서 쉬어가는 길이다. 양쪽에 있는 느티나무 15그루와 이팝나무 20그루는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것. 박승진 작가가 와서 보면서 트랙에서 사람들이 빠르게 달리니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트랙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것이 이 정원의 출발이다.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사이에 관목들과 초본 식물들을 같이 심어서 마치 야산에 온 것처럼 걷다 보면 사계절 내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이게 전체가 다 연결되어 그늘 아래서 산책을 하는 세 번째 트랙도 완성이 되면 좋겠다고 박승진 작가가 제안하는 트랙이라고도 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보라매공원을 이용하는지 또 어떻게 사용하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에요. 여러분이 나중에 커서 와보면 트랙이 더 길어져 있을 수도 있겠죠. 우리가 지나온 이 길에는 자동 급수관이 군데군데 매립되어 있고, 스프링쿨러도 있습니다.”

김윤빈 작가의 ‘영원한 생명의 정원’은 그루터기, 죽어가는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공모정원 은상을 받은 김윤빈 작가의 ‘영원한 생명의 정원’은 자연의 순환, 특히 부패와 분해를 통한 순환을 설계의 핵심으로 삼아 시간이 지나며 자연이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작가는 그루터기, 죽어가는 나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안이 텅 빈 그루터기가 놓여 있다. 자연에서 죽고 썩은 것들은 생명을 움트게 하는 귀한 존재다. 이를 통해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김윤빈 작가의 ‘영원한 생명의 정원’을 둘러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영원한 생명이 바로 이 죽음에서 시작될 수도 있어요. 정원을 보면 그루터기의 형태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안에는 숲도 있고 아래쪽에 경사로 내려간 곳은 습지예요.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죠. 저기에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앞으로 더 많은 작은 생물들이 찾아올 거예요. 그 생명체들을 위해 작가는 열매가 맺히는 식물을 심기도 했습니다. 철제 데크 아래쪽을 보면 나무들이 꽂혀 있죠. 저것도 분해가 새롭게 일어나기를 의도한 거예요. 작은 세계지만 이 안에 우주와 생태계의 전체를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개막식 때 얼음을 배치해 녹은 물이 식생을 성장시키는 순환과 자연 회복력을 표현한 정원 ‘Waterrooots!’을 보고 있다.
동상을 받은 이탈리아 조경가 Alessandro Trivelli의 ‘Waterrooots!’는 정원을 감싼 원형 철제 구조물이 시선을 모은다. 개막식 때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배치돼 녹아내리며 정원을 감싸는 원형 물 커튼이 되고, 흘러내린 물은 정원의 식생을 성장시키는 과정을 통해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인간의 활동과 그럼에도 이루어지는 자연의 회복력을 선보였다. 현재는 구조물 위에서 정해진 시간에 미스트가 뿜어져 나온다.

미래 단백질 대안이 될 개구리밥을 심어 육식 문화가 조장하는 생태적 붕괴에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는 김기환 작가의 ‘The Last Meal’.
커다란 식탁이 있는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물이 가득 담긴 그릇처럼 보이는 곳에 개구리밥이 있었다. 금상 수상작인 김기한 작가의 ‘The Last Meal’은 악화한 환경에서도 번성하고 미래 단백질 대안이 될 개구리밥을 심어 확대되는 육식 문화가 조장하는 생태적 붕괴 상태에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자연의 생명력과 회복력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먹어야 할 마지막 식사가 어쩌면 이게 될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작년에 처음으로 우리나라 육류 소비량이 주식인 쌀 소비량을 넘어섰대요. 육식에 치중된 식문화가 앞으로 점점 더 기후 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거죠.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인류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은 사실 못 하잖아요. 그래서 여기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바라보면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거죠.”
이밖에 다양한 기업 정원들도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만난 정원은 라면 면발처럼 물결무늬의 구조물과 컵라면 모양의 의자, 커다란 너구리 캐릭터 조형물이 놓여 이곳을 만든 기업을 짐작케 했다. 농심이 ‘농심(농부의 마음)’과 ‘라면’을 키워드로 조성한 정원이다.

크리스찬 디올의 기업정원인 ‘디올 정원’에 식재되어 있는 은방울꽃은 창립자인 크리스찬 디올이 좋아했던 꽃이다.
크리스찬 디올의 기업정원인 ‘디올 정원’도 인기다. 보라매공원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식물 세계의 아름다움을 담아 200m 플라타너스 길 아래 펼쳐진 이 공간은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하고, 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경가인 정영선 작가가 디자인했고, 유럽 브랜드라 유럽에서 건너온 식물들도 많이 식재되어 있어요. 아름다운 은방울꽃은 창립자인 크리스찬 디올이 좋아했던 꽃이라고 해요.”
어미 새가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견고하게 안식처를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새둥지가 보인다. 공모정원 은상 수상작으로 Till Rehwaldt(독일)·Garth Woolison(체코) 작가의 작품 ‘Nesting’이다. 정원이 유지되는 가운데 나무들을 가지치기하거나 하면서 나오는 폐기물들을 계속 분해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보자 제안한 것. 안쪽에는 조금 더 빨리 분해될 수 있도록 미스트도 간헐적으로 나오고 미생물도 넣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다면 쌓여 있는 나뭇가지는 줄어들고 해체 작업이 일어난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서진하·이주호·김이솔(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새둥지를 표현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순환하면서 만들어가는 작품 ‘Nesting’을 살펴봤다.
바로 옆에는 동상을 받은 이양희·오세훈 작가의 ’제3의 플라타너스 숲‘이 있다. 보라매공원의 상징과도 같으며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는 플라타너스 숲을 그대로 이용해 숲속에 나무 플랜트로 다양한 형태의 화단과 쉼터를 만들고 작품 속에서 관람객들이 쉬면서 감상하도록 한 정원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공모전의 주제에 맞춰 태초부터 있어 온 생태계 자연인 태양의 빛(제1의 자연)이, 인간이 심어놓은 플라타너스 숲(제2의 자연)에 투시되면서 만들어내는 하층 식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씨실과 날실의 산물인 태피스트리스(제3의 자연)로 설정, 제1의 자연을 이끌어낸다는 메시지가 있다.

조용한 오아시스를 만들어낸 ‘Aviators Garden’.
마지막 초청정원 Mark Krieger(독일)의 ’Aviators Garden‘은 생울타리로 조용한 오아시스를 만들어낸다. “자연주의 작가로 유명해요. 그래서 인공적인 설치물을 배제하고 식물은 있는 그대로 그 환경에서 잘 적응해 나가도록 하는 정원이 가장 좋은 정원이라는 얘기를 하세요. 비행사의 정원인데 큰 비행체 말고 작은 새를 떠올리고, 그들이 박람회장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그러면서 돌다가 여기 정원에 내려왔는데 1.5m 높이 정도의 생울타리가 물결치듯이 감싸주는 이곳이 그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늑하겠죠. 작가는 땅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또 엄청나게 오잖아요. 식물들이 물에 떠내려가지 않게 물도 잘 빠지게 했고, 요즘엔 병화토라고 해서 흙 비슷하게 인공적인 걸로 흉내 낸 산책길이 많은데 여긴 마사토로 만들어놨죠. 작가가 50년 100년 후에 와도 내 정원은 보라매공원에 남아 있을 거라고 장담할 정도로 자신감이 담겼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 가치는 땅속에 있어요.”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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