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세 번의 소환 불응 만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통일교 전 비서실장 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상진 특검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통일교 한학자 총재 및 정모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네 가지다.

한 총재는 전날 조사에서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이에 특검팀은 최근 상황을 고려했을 때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이날 오전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가 특검의 거듭된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다가 공범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된 이후 자진 출석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권 의원은 지난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씨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각종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씨의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반면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씨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총재 측은 지난 8일, 11일, 15일 특검팀의 출석 요구에 심장 관련 시술 등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 이후 특검팀이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을 시사하자 전날 임의 출석해 9시간 반가량 조사받았다.

'건진법사 청탁' 관련 한학자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인 정모 씨가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로 소환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한 총재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이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윤씨, 한 총재와 공모해 권 의원에게 2022년 1월 5일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윤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씨는 같은 해 10월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원정 도박 관련 수사정보를 들은 뒤 이를 보고했다. 이에 한 총재와 정씨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했다.

정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8일과 20일 각각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두 사람은 미체포 피의자이기 때문에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 주 초반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