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그룹의 지마켓(G마켓ㆍ옥션)과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알리)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G마켓과 알리 등 쇼핑 플랫폼을 별도 운영하고,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두 회사 간의 국내 소비자 데이터 정보 공유를 차단하는 게 조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의 회원 데이터 공유를 금지하는 등의 조건으로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간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G마켓 사무실(왼쪽)과 알리익스프레스 로고. 중앙포토

공정위는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의 합작회사가 지마켓과 알리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형태의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해 12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작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G마켓ㆍ옥션과 알리 등 플랫폼은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인 소비자 데이터는 엄격히 분리하기로 했다. 국내 온라인 해외 직구 시장의 경우 상호 간의 데이터 이용을 금지하고, 그 외의 온라인 거래에서는 소비자들의 동의를 거친 후 데이터 공유와 이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관련 데이터는 이름ㆍIDㆍ이용 기록ㆍ검색이력 등이 포함된다.

국내 온라인 해외 직구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건 해당 시장에서의 알리의 위상 때문이다. 알리는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점유율 37.1%로 1위 업체다. 지마켓은 시장점유율 4위(3.9%) 업체다. 공정위는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다, 알리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고려했을 때 두 회사의 합작회사의 시장점유율이 기업결합 이후 41%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해외 직구를 제외한 시장에서 알리의 점유율은 0.3% 수준인데다 G마켓도 쿠팡과 네이버 등에 밀려 점유율이 10% 안팎 수준이다.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 국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공동으로 지배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특히 공정위는 양사의 데이터 결합할 경우 국내 경쟁업체들이 이들 합작회사와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지마켓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며 축적한 막대한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는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한 높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활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 이병건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이용자 데이터가 축적되면 맞춤형 광고 및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다시 이용자 유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양사의 합작회사 플랫폼으로의 쏠림현상이 늘어나고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중국으로의 국내 소비자 정보 유출 우려 등에 따른 결정인 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병건 국장은 “대한민국 내에서 국적 차별 없이 경쟁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측면의 결정으로 해외 유출에 대한 고려보다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런 합병조건은 향후 3년간 유지된다. 다만 3년 간 점유율 등 시장 상황 변동을 검토해 시정명령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지마켓과 알리는 이행감독위원회를 구성해 시정명령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공정위에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디지털 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이터 결합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 등을 검토해 시정명령 등을 부과한 최초의 사례다. 해외의 경우 유럽연합(EU)이 구글이 헬스 디바이스업체인 핏비트(Fitbit)를 인수할 때 10년 간 데이터 분리를 조건으로 내거는 등 데이터 결합이 점점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