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비서’에 상품 결제도 맡기세요, 멍석 깔아준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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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결제 프로토콜 발표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상품을 사주고, 티켓도 예매해줄 수 있을까. 구글이 AI가 온라인 결제까지 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토콜(규약)을 발표했다. 상품 검색이나 가격 비교 단계에 막혀있던 AI의 역할이 결제까지 확대되면 이커머스 시장이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글은 17일(현지시간) AI 에이전트(비서)가 이용자를 대신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결제할 때 사용하는 ‘AI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AP2)’을 발표했다. AI가 온라인 결제 플랫폼에서 결제·송금을 대행할 수 있게 거래 데이터를 교환하는 규칙이다. 개발자들은 앞으로 이 프로토콜에 맞춰 온라인 쇼핑에 특화한 AI에이전트를 제작할 수 있다.
이전까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면 사람이 직접 결제 버튼을 눌러야 했다.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때문에 AI에이전트에 구매를 명령해도 제품 추천과 가격 비교를 해주는 데 그쳤다. 이번 프로토콜의 핵심은 AI에 ‘위임장(Mandate)’을 부여해 대신 결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점이다. 이 위임장은 암호화된 디지털 계약의 일종으로, AI가 이용자로부터 결제 권한을 확실하게 넘겨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이용자가 “오는 12월 태국 방콕 항공권을 예매해 줘”라고 명령하면, AI가 항공권 예매 플랫폼을 검색해 명령에 맞는 조합을 찾아내고, 위임장을 제시하고 암호화된 서명을 활용해 항공권을 대신 구매해 준다.
구글은 구매 행동을 단계 별로 나눠서 AI에 권한을 부여한다. ‘구매 의도(Intent) 위임장’ ‘장바구니(Cart) 위임장’ 등이다. 이용자가 상품을 실제로 구매하고 싶은지(구매 진위 여부)와 AI가 구매를 대신해도 되는 지(이용자 승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용자가 “이번 겨울에 입을 등산복을 찾은 뒤 구매까지 해줘”라고 명령하면 두 위임장에 서명하는 것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이를 통해 판매자는 AI의 배후에 실제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거래를 승인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위임 데이터는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이 데이터는 향후 거래를 입증하는 증거로 쓰인다.
구글은 60여개 금융기관과 이 프로토콜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마스터카드, 페이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일본 신용카드사 JCB 등을 비롯해 이더리움 재단, 코인베이스 등이 참여했다. 방대한 네트워크 덕에 AI에이전트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실시간 계좌 이체,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 방식으로 쓸 수 있다. 이 네트워크 덕에 보안성도 강화됐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구글은 테크 블로그를 통해 “이번 프로토콜을 통해 온라인 거래의 책임 소재를 확보했고, 모든 거래 데이터를 기록해 결제한 뒤 사후 검증도 가능해졌다”며 “AI 개발사·전자결제망·판매자 간 신뢰도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AI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품 검색부터 가격 비교, 결제까지 모두 AI 챗봇 내부에서 한 번에 이뤄질 수 있어서다. 이용자가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드나들며 상품을 찾거나, 가격을 비교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이 시장을 노리고 신용카드 회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 4월 자사 결제 시스템을 AI 챗봇에 이식할 수 있는 ‘에이전트 페이’를 개발했다. 경쟁사 비자도 지난 4일 자사 결제 시스템에 AI가 접근할 수 있게 개방했다. 페이팔은 자동 결제 시스템을 퍼플렉시티의 AI 브라우저 ‘코멧’에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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