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종전 특수’ 기다린 기업들, 장비 판매 대신 재건교육 나선다
-
1회 연결
본문
방향 돌리는 재건 사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재건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한 현지 인력 양성을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에도 전쟁의 불씨가 좀처럼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당장 사업 개시는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종전 이후를 대비해 우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현지에 사업장을 둔 기업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18일 HD현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 연수단이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를 방문했다. 마리나 데니시우크 우크라이나 영토개발부 차관과 수호믈린 세르히 재건청 청장 등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와 한국건설기계연구원이 주관해 이달 15일~21일까지 열리는 ‘건설기계 역량 강화 초청 연수’의 일환이다.
건설기계사들은 전쟁이 끝나면 재건 사업에 뛰어들기를 기대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한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쟁 종식이 길어지면서 다른 기회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당장 장비를 팔순 없더라도, 향후 종전 시를 대비해 인력 양성 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건설기계 공급 전에 이를 다룰 수 있는 기술과 기술자를 확보해두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 건설기계부문은 우크라이나 재건 연수단과 우크라이나에 건설기계 트레이닝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또 우크라이나 주요 직업훈련학교에 실습용 건설기계와 VR 시뮬레이터를 지원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충북 음성 HD현대건설기계 글로벌교육센터처럼 건설 기계 면허 시험장과 시뮬레이터 시설을 갖춘 교육 기관이다. 현지에 기술자를 양성한 뒤 건설기계 공급을 확대하고, 장비 판매 및 애프터마켓 사업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삼일PcW 경영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국내 기업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은행은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에 4862억 달러(약 673조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추산 피해·손실·복구액도 늘고 있다. 우선 복구가 필요한 분야로는 에너지·교통·주택 및 공공시설·사회 기반 및 서비스 등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분야를 꼽았다.
전쟁 장기화로 현대차와 그룹 계열사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2007년 러시아법인(HMMR)을 세운 현대차는 전쟁이 시작되자 2023년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1만 루블(당시 14만원)에 현지 벤처캐피탈 ‘아트파이낸스’에 넘겼다. 아트파이낸스는 현지 자동차그룹 AGR의 모회사다. 판매 후 2년 안에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을 넣었는데, 올해 12월이면 시한이 끝난다.
함께 러시아에 진출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종전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2년 전부터 러시아 공장 매각을 검토했지만, 마땅히 사겠다는 곳이 없어 운영만 겨우 하는 상황이다.
전쟁 발발 직전인 2021년 10월 러시아에 연 24만대분의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을 연 현대위아는 공장 가동 5개월 만에 전쟁을 맞았다. 2021년부터 매년 순손익 적자를 기록하다 올해 상반기 루블화 환율 효과로 흑자 전환했지만, 사실상 공장 가동은 최소화한 상태다. 러시아에 생산법인을 둔 현대차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러시아 사업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헐값에 자산을 넘길 순 없다는 생각으로 종전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