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컬처의 비법, 혼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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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왼쪽)과 마크 톰슨 CNN CEO가 대담을 나눴다. 홍 부회장은 “기술은 AI가 대체하지만 현장에서 감정과 열정을 나누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건 인간 저널리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민규 기자
“시대정신으로 봤을 때 한국이 최근 가장 ‘핫(hot)’한 국가다.”
마크 톰슨 CNN 최고경영책임자(CEO)는 18일 “한국의 창의성과 개방성이 빚어낸 K컬처의 성과가 놀랍다”고 극찬했다. 세계 미디어 혁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톰슨 CEO는 이날 중앙일보 창간 60주년을 맞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한국 문화와 정서를 담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적 열풍을 불러온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영화계 거장 봉준호 감독의 예를 들며 “한국의 창의성이 전 세계적인 공감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톰슨 CEO가 언급한 ‘케데헌’의 매기 강 감독과 봉 감독을 비롯한 K컬처 대표 주자들은 ‘혼돈의 시대, 경계를 넘는 혼종’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 참석해 문화와 장르·기술을 넘나든 ‘혼종(하이브리드·hybrid)’ 전략을 공개했다.
봉 감독은 톰슨 CEO와 ‘경계를 파괴하는 세계의 구축법’을 토대로 대담했다. 또 K팝의 설계자로 통하는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와 그룹 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은 하이브리드 시대 K팝의 새로운 성공 공식을 전했다. 영화 ‘좀비딸’ 제작자인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만든 윤현준 스튜디오슬램 대표는 주류와 거리가 있던 웹툰, 음식 예능이 국경을 넘어 해외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던 과정을 소개했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인 중국 드라마박스의 천루이칭 CEO는 한국 숏폼 드라마의 가능성을 다뤘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이들 참석자에 대해 “전통적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유통 질서와 기술을 포용하고,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혼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의 대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뉴스의 미래, 미래의 뉴스: 지정생존자의 요건’을 주제로 저널리즘의 성장 전략을 다뤘던 이번 컨퍼런스는 이날 홍 부회장과 톰슨 CEO의 대담으로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시대, 저널리즘의 길’이 두 사람의 화두였다.
컨퍼런스장 꽉 채운 참석자들 “문화·미디어 경계 사라지는 현장 체험”
홍정도 부회장은 2016년 구글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의 충격을 예로 들며 “AI가 바둑을 넘어 언론과 창작 분야 전반을 침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크 톰슨 CEO는 “인간보다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둔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더는 인간이 지적인 부분에서 가치가 없어진 것인가’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나올 수 있다”며 “하지만 저널리스트들이 지능으로 경쟁하는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만이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산불 현장과 같은 상황에서 기자들이 직접 현장을 살피고 그 경험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며 “AI가 기능적으로 뛰어나지만 이런 인간의 ‘경험’을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톰슨 CEO는 최근 별세한 미 할리우드의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를 거론하며 “그의 약력을 조사하는 건 AI가 잘하겠지만 그와 함께 일할 때 어땠는지, 영화계에서 이름을 남긴 이유는 무엇인지는 결국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회장도 “기술은 AI가 대체하지만 현장에서 감정과 열정을 나누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건 인간 저널리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또 AI와 차별화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이날 컨퍼런스의 360석 규모 좌석은 매진됐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30분까지 긴 시간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미디어·콘텐트 분야 리더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틀 연속 행사에 참석한 카 와이 리 세계신문협회 이사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연사가 많이 참석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며 “문화·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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