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盧사위 곽상언 "통제 안 받는 유튜브 권력, 정당 정치 망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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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던 1991년 11월 유력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노무현 의원 과연 상당한 재산가인가’란 제목 아래 “노무현 의원이 이재에 밝아 재산이 상당하고, 인권변호사 역할은 과장되어 있으며, 요트 타기를 즐기고, 노사분규 중재과정에서 재미를 보았다”는 취지의 보도가 “상당 부분 거짓이고 부도덕한 정치인, 심지어 부동산 투기까지 했다는 인상을 줘 정치적 이미지와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해당 언론사가 노 전 대통령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해당 언론사가 사과하고 노 전 대통령이 소(訴)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적당히 타협하라”는 당 지도부의 권유를 이렇게 거절했다. “내가 정치를 한 것은 강자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누군가 상처를 입을 각오를 하고 이런 악의적인 언론의 횡포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튜브 권력이 정한 후보는 국민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 곽상언 의원실
그로부터 34년 뒤 이번엔 그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 정치 유튜브와 일전(一戰)을 선언했다. 친(親)민주당 성향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7일 김어준씨 관련 기사와 함께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쓴 그의 페이스북 글은 민주당 안팎에서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김씨의 말이 시차를 두고 당의 방향으로 수용되는 일이 잦은 민주당의 시류에 정면으로 맞섰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곽 의원은 “지금 유튜브 권력은 과거 일부 언론 권력과 유사하거나 훨씬 강력하다”며 “자의적으로 특정인을 선별해서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사장시킨다. 지금의 제도권 언론도 못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일부 언론 권력이 ‘우리가 쓰면 여론이 된다’고 한 것처럼 지금은 유튜브 권력이 ‘우리가 말하면 그것이 곧 정치가 된다’고 한다”며 공개 비판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무엇이 ‘유튜브 권력’인가.
- “정치 이슈를 다루면서 구독자·조회 수를 바탕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유튜브다. 처음에는 순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힘(구독자 수와 조회 수)을 갖고 나니 그 힘을 휘두르며 사실상 순기능을 잃었다.”
- 왜 부정적인가.
- “노 전 대통령 사례와 같은 일이 현재 유튜브에서는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더 어마어마한 것이 많다. 최신 정보라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일방적으로 주입한다. 자신의 채널에서 설정하는 의제를 얘기하는 사람은 효능감 있는 정치인이고,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은 헛소리한다고 매도한다.”

2009년 5월 29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발인식에서 고인의 영정을 든 사위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선두로 가족들이 뒤따르고 있다. 중앙포토
- 일부 유튜버는 민주당의 우군(友軍) 아닌가.
- “유튜브 권력은 특정 진영에 친화적인 방송을 표방하면서 자신의 채널에 출연하는 것 자체로 한 사람의 정치 행위를 선별한다. 출연자를 앉혀 놓고 (유튜브 권력이) 의제를 선정하면 그 출연자가 당과 국회에 와서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이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고 토의하지 못하면서 링 밖의 유튜브 권력이 링 안의 일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 국가적 정치 의제의 설정, 정치적 문제 해결 기능이 유튜브 권력에 훼손 또는 침탈당했다.”
- 정당은 왜 유튜브 권력에 무력한가.
- “정당도 정치인도 피해자다. 선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에 취약하다. 유튜브 권력은 선거 국면에서 정치인을 자의적 기준에 따라 선별하고, 이런 경로로 사실상 공천 과정에 관여한다. 그건 국민의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대로면 정당 정치가 유튜브 정치에 종속되고, 정당뿐 아니라 국회의 기능도 본질적으로 훼손된다. 집단화된 소수의 힘이 집단화되지 않은 다수를 억압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 혹자는 유튜브가 집단지성으로서 민의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 “유튜브는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통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성장했다. 내 말만 맞다며 스스로 종교화했다. 적어도 정치가 종교화한 권력을 도와줘선 안 된다. 왜 유튜브 권력만 집단지성이고, 다른 주장을 하는 측은 집단지성이 아닌가. 정치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관철하려고 타인을 모독하지 않는 유튜브도 있다. 대중의 분노를 정치적 이익으로 만드는 정치는 옳지 않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행사하며 만약 불법을 저질렀다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곽상언 의원실
- 유튜브 권력 없는 현실 정치가 가능한가.
-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란 개인보다는 정당을, 정당보다는 국가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유튜브 권력에 편승하거나 동참하면 후원금 모금 등 이익을 얻기도 하고 ‘일하는 정치인’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유튜브 권력은 그 정치인을 이용해 상품 판매 및 금품 모금 등 금전적 이익을 얻는다. 결국 정치인 개인의 이익과 그 정치인을 이용한 유튜브 권력의 이익을 위한 일이다.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 말고도 국회의원이 할 일이 많다.”
- 제도적 해결책이 있을까.
- “실질적인 기능이 같거나 더 강력한데 매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일방(유튜브)에게만 특혜를 준다면 불공정하고 부정의하다. 유튜브 권력도 제도권 언론에 가해지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 문제가 확인됐으니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찾아서 해 나갈 생각이다.”
곽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다수다. 하지만 곽 의원은 “최근 당원과 동료 의원들로부터 응원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는 공감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말하지 못하고 유튜브 권력에 체념하거나 방관해 온 분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런 분들이 공개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용기를 내서 말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얘기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슬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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