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할극으로 갈등 풀어요"…서울 초중고, 사회정서교육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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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너를 향한 동그라미: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표현하기' 활동을 하는 초등학생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친구들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 집중해 듣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평소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꼈던 A양(14)은 개학을 앞두고 자해를 시도했다. 자신의 외모와 옷차림을 비하하는 친구들의 인터넷 게시글을 보고 충격에 빠졌기 때문이다. 상담 교사는 “디지털 기기가 일상화하면서 관심 욕구가 큰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무척 예민하게 생각한다”며 “이로 인한 갈등이 많다 보니 우울감, 불안감 등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A양과 같은 정서위기 학생이 급증한 원인으론 디지털 과잉으로 인한 관계 단절, 소통 부족 등이 지목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20~2024년)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4.2%에서 42.3%로 급증했다. 우울감 경험률은 25.2%에서 27.7%로, 외로움은 14.1%에서 18.8%로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으로 사회정서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1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서울의 초·중·고 모든 학년의 기존 교육과정에 연간 15차시 이상의 사회정서교육이 포함된다. 기존엔 위기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담이 중심이었다면, 위기학생 발생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인식과 함께 관계 형성,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공감과 같은 보편적인 사회정서 역량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사회정서교육에 대해 정진권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과장은 “학생들이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면서 감정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건강한 관계를 맺도록 돕는 교육”이라며 “고립감·불안·우울감을 완화해 정서 위기를 예방하는 핵심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교실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추측해서 말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감정 나누기 대화’, 역할극을 통한 갈등 상황 해결 연습, 칭찬 카드 주고받기 등의 활동이 진행된다. 학생들이 관계 형성 및 소통 방법을 자연스레 익히고 자신의 마음 건강을 직접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학기 초 교육 공연 단체가 학교로 찾아가 학급 단위로 역할극이나 ‘나를 표현하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이좋은 관계가 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의 주도로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우리 마음ON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학생 대표들이 참여하는 ‘서울학생참여위원회’는 마음건강 정책을 제안하고 모니터링한다. 정근식 교육감은 “학생의 마음건강은 우리 교육의 근간을 지탱하는 중요한 가치”라며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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