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 “140년 전통과 AI 결합으로 글로벌 명문될 것”
-
6회 연결
본문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서 이향숙 총장이 중앙일보에 AI 시대 대학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39년 학교 역사상 첫 과학기술계 총장. 올해 2월 임기를 시작한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 이야기다. 수학자인 이 총장은 암호학이 전공이다. 지난 2017년 여성 최초로 한국 수학계의 대표학회인 대한수학회 회장에 선출돼 2년간 학회를 이끌었다.
지난달 29일 이화여대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중앙일보에 “이제는 이화도 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세계 명문 대학들은 탄탄한 과학기술을 경쟁력의 토대로 삼는다”며 “인문·사회와 예체능에 경쟁력을 가진 이화의 오랜 전통에 인공지능(AI)이라는 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명문 사학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장과의 일문일답.
- 대학을 이끌 때 수학·암호학이 어떤 도움을 주나.
- 평생 암호학을 연구하며 복잡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다양한 조건 속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는 훈련을 해왔다. 여러 부처마다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감정이 아닌 데이터와 원칙에 기반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도왔다. 수학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고, 정직하다. 학문 연구를 통해 신뢰와 투명성의 가치를 깨달았다. 그것이 조직을 이끄는 원천이다.
- AI 시대를 대비해 ‘AI포올이화(AI 4 All Ewha)’란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 AI 시대 경쟁력은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발굴해내는 능력’에 있다. 질문 깊이에 따라 AI가 내놓는 답도 달라진다. 법·경영·교육·의료·생명·예술 등 모든 분야 전공이 AI와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앞서가는 교육 모델을 이끌 것이다. 예를 들어 ‘AI 시대 과학과 종교’, ‘AI 시대 디지털스토리텔링’, ‘AI와 포스트휴먼’, ‘의료 AI와 법’ 등 다수 교양 과목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학과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지능형반도체공학전공은 미래 첨단융복합 시대를 선도할 이화여대의 삼두마차로 자리매김해 여성 공학 리더를 배출할 것이다.
- 최근 대학기초연구소(G-LAMP) 사업에 선정됐다.
- 정부로부터 앞으로 5년 동안 250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 사업으로 수리·통계·AI 분야 기반으로 거대 융·복합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학내 연구소 기반을 확보했다. 새로운 연구자 육성과 학문 간 장벽 없는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려 한다. 특히 이 사업에서 ‘인간중심 AI연구원’이 중점테마연구소로 지정된 점을 강조하고 싶다. AI 연구원에서는 공학을 넘어 인문·사회과학·예술 등 다양한 학문과 융합 연구를 통해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AI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깊이 탐구하고,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AI 기술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총장 취임 후 미래전략실과 이화글로벌사회공헌원을 설립했다.
-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미래전략실을 신설했다.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대외 평가 체계를 관리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이다. 국내외 대학평가 지표를 분석하고 개선 전략을 도출하여 정책에 반영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화글로벌사회공헌원은 이화의 나눔 가치를 지역과 세계 사회로 확산시키고자 설립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기반해 교류·교육·연구·현장활동을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
-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초학제간 융합연구 생태계도 조성하고 있다.
- 이화여대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 지향적 연구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본부 소속 연구기관으로 융합혁신연구원, 멀티스케일 물질 및 시스템 연구소, 프로테오 넥서스 연구소, 기후환경융합연구원을 새로 만들었다. 이들 기관은 급변하는 연구 환경과 산업 수요, 국가 중점 분야에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연구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박경민 기자
- 이화는 국제 교류가 활발하다.
-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2006년부터 하버드대와 서머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부터 하버드대와 대만·싱가포르·튀르키예·인도·일본·홍콩·태국 등 아시아 8개 국가의 명문대 간 프로그램인 'HUAP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다. 1월에는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교정에서, 3월엔 하버드대 학생들이 아시아 각 대학을 방문하며 일주일간 학술과 문화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3월엔 이곳에서 기후 위기와 탈북민 인권을 주제로 행사를 진행했다. 이화여대는 앞으로 HUAP와 유사하게 유럽·아시아 명문대와 AI·기후변화·젠더 등 현안을 교류할 예정이다.
- 지방 거점 국립대의 지원을 위해 대규모 예산(8700억원)이 배정됐다.
-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역 경제가 살고, 국가가 균형 발전한다는 점은 물론 공감한다. 다만 사립대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4년제 일반대 193개교 중 158개(82%)가 사립대다. 사립대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에서 민족교육과 산업화, 민주화를 이끌어 온 인재들을 양성했고, 이들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16년 동안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 재정이 어렵다. 국립대 지원과 더불어 사립대 지원책도 균형 있게 추진됐으면 한다.
- 내년에 창립 140주년을 맞는다.
- 이화여대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의 중심, 여성 리더십의 요람, 그리고 인류 공동의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소중한 동력의 해로 삼고자 한다. 동창 26만7000여명이 근현대사를 통해 국내외에 남긴 사회적 공헌을 기리고 공유하겠다.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창립 140주년 기념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기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새 시대, 새 이화’를 향한 통합의 지혜와, 도약의 의지를 모으는 미래지향적 축제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역사 편찬 사업을 통해 이화학당 설립 초기 선교사 기록과 자료를 수집·번역·출간하고 역대 총장 구술화, 교내 건축물 기록화 등 사업을 통해 이화의 발자취를 집대성하고 세계와 공유할 예정이다. ‘여성 교육의 상징’을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와 혁신을 선도하며 세계와 인류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명문사학으로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서 이향숙 총장이 대학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