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중국과 담판 실패 가능성…4월쯤 김정은 등장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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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태평양사령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마크 몽고메리 전 해군 소장은 17일(현지시간) 싱크탱크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담판에서도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내년 4월쯤 새로운 강자(strong man)가 필요해질 시점에 김정은을 등장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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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마크 몽고메리 전 미 해군 소장은 17일(현지시간) ICA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김정은이 내년 4월경 전면에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몽고메리 전 소장은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이끈 제5 항모타격단 사령관을 지내며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전력을 직접 운용했던 인사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 확대되는 핵무장론에 대해선 “현실적인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규모를 조속히 유럽에 요구한 3.5% 이상으로 높여야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중 담판 실패할 것…다음 카드는 김정은”

몽고메리 전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담판 시점을 11월로 봤다. 11월은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때다. 그는 “그 무렵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말을 듣지 않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지쳐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 된다”며 “그러나 (돌파구 차원으로 마련되는)11월 담판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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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태평양사령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마크 몽고메리 전 해군 소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싱크탱크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태화 특파원

시진핑 주석과의 담판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시 주석과의 담판은 푸틴과의 담판 실패에 대한 (정치적)돌파구다. 11월은 지난 8월 푸틴을 만난 뒤 3~4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시 주석과의 담판 역시 푸틴의 사례처럼 트럼프의 일방적 요구가 결국 거절당하거나 큰 실망을 한 채 마무리 될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담판 실패 후 다음 돌파구는 뭔가.
“푸틴 때처럼 11월 이후 5개월 정도는 시간을 끌 거라고 본다. 그리고는 ‘시 주석이 나에게 속임수를 썼다’며 담판 결렬을 선언할 공산이 크다. 시점은 내년 4월경이다. 트럼프는 또다시 돌파구 마련을 위한 또다른 ‘강자’를 찾을 거고, 나는 그 무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등장할 거라고 100% 확신한다.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있다는 점을 역산하면 답은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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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중국 제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타스=연합뉴스

그는 이어 “김정은의 등장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 돌파를 위해 꺼내들 북·미 회담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자체 핵무장이 목표가 돼선 안돼”

몽고메리 전 소장은 북한의 핵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확대되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정책을 주도하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핵무장 가능성까지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미국이 먼저 주장해야 할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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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경기도 오산에서 320킬로미터 떨어진 서해 공해상을 운항 중인 미국 해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서 미7함대 강습전단 사령관인 마크 몽고메리 소장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트럼프의 ‘동맹경시’가 핵무장론을 확산시킨다.
“미국은 수십년간 핵확산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국의 핵무장이)콜비 차관이 구상하는 입장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는 것을 넘어서 당장의 현실적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선 한국과 공정한 논의를 해야 한다. (2017년 전역 전)해군작전사령관 시절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61기의 핵을 배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당시 내 임무도 핵무기가 탑재된 전략핵잠수함(SSBN)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일을 주선하는 일이었다. 미국이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실 내가 마지막으로 SSNB를 배치한 장소를 특정해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한반도 근처도 아니었다는 점”이라며 “이제는 과거처럼 핵자산을 때때로 전개하는 방식의 ‘가려움 긁기’ 정도로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침묵’시킬 선제적 국방비 증액 필요”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GDP의 2.32%에 불과한 국방비에 대해 ‘콜비 일당’이 문제 삼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며 “(협상이 난항을 이어갈 경우) 2%대 국방비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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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결단의 책상'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제공

한국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핵무기를 가진 성미가 급한 독재자를 마주한 한국의 국방비가 2%대라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이 수치에 주목했다면 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당신의 집앞에 놓인 지뢰와 같다.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한국이 밟게 되고,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당장의 목표를 어느 정도로 잡는 것이 현명할까.
“유럽에 제시한 3.5%를 먼저 달성한다면 무역 및 안보와 관련한 한국의 고민이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유럽보다 높은 수준을 먼저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가지 조언을 추가하자면 국방비에는 사이버안보에 대한 별도 예산을 담는 것이 현명하다. 장담하건대 한국의 국방부와 군대는 현재 북한으로부터 100%의 확률로 공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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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국방비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IPRI]

실제 정부 관계자는 본지에 “미국과의 군수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데 불편함을 표할 때가 많다”며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과 공유한 정보는 북한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경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선 협력 필수…‘근로자 구금’ 美가 사과해야”

몽고메리 전 소장 역시 한·미가 가장 시급하게 협력해야 할 분야로 조선을 꼽으면서도 북한의 사이버공격을 언급하며 “미군의 군함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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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 시찰을 한 뒤 방명록에 서명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선업 협력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급유함을 미국에서 만들 때 1달러가 든다면, 한국에서 만들면 28센트면 된다. 공기와 품질 역시 한국이 더 뛰어나다. 그러나 당장은 군함을 한국에서 만들게 하기는 어렵다. 한국 기업이 우리를 가르쳐 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역할을 할 동맹은 한국과 일본밖에 없는데, 일본 조선업은 이미 중국과의 경쟁이 어렵다. 반면 한국은 중국에 비해 혁신성에서 앞서고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발생한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의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에 대해 “미국이 피로 맺어진 동맹국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될 치욕적인 실수를 한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분명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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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서베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사진 ICE 동영상 캡처

구금 사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어나선 안 되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론상으로 양국은 지금도 함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번 일은 동맹국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 안타깝게 국토안보부가 ‘우리가 발견한 것을 보라’며 동맹 훼손을 자랑거리로 삼는 한심하고 바보같은 짓을 해버렸다. 다행인 것은 미국의 행동이 치욕이라는 것을 그나마 빨리 깨닫고 최대한 신속히 바로잡았다는 점이다.”
대미 투자에도 악영향을 줄 거란 우려가 있다.
“다행히 국토안보부의 치욕적 행동을 국방부가 통제권을 잡고 백악관과 함께 상황을 수습하고 있다. 조속히 수습되지 않으면 이번 일은 동맹 간 큰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국토안보부에 의해 수갑과 족쇄가 채워졌던 근로자 중 1명만 남았다고 들었다. 미국에는 공장을 만들 기술자가 없다. 미국이 한 부끄러운 일에 대해 분명한 사과를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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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서 체포·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316명이 탑승한 전세기가 12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 가운데,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공항 입국장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얼굴이 담긴 플래카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25.09.12.

실제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 중 일부는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 기자를 향해 “미국은 동맹국과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려면 한참 멀었다”며 “조지아에서 미국이 벌인 일에 대해 나라도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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