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민을 위한 국민의 기업][기고] 환경기초시설, 기피 대상 아닌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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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석완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회장

김석완 한국폐기물자원순환 학회 회장
최근 수도권 지역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폐기물 처리 문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부담까지 수반하는 중대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폐기물 처리의 핵심 인프라인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우선, 우리는 수도권매립지의 역할과 성과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단순한 매립지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도화된 폐기물 처리 및 자원화 시설을 운영해 왔다. 단일 부지 안에서 매립 및 매립가스 자원화를 동시에 수행하며, 전 세계 폐기물 분야 최대 규모이자 국내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을 등록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과학적인 침출수 처리, SRF, 하수슬러지 및 음식물폐수 자원화시설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운영해 왔다. 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 2600만 시민의 생활을 뒷받침해온 핵심 사회기반시설이자 국내 폐기물정책의 전환점마다 정책 방향을 선도하며 제도와 기술 발전을 이끌어 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범 환경시설이다.
우리가 흔히 기피하는 소각시설 역시 해외 사례를 통해 그 필요성과 긍정적인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파리 도심 가까이 이시레몰리노(Issy-les-Moulineaux) 지역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 바로 옆 이세안(Isseane) 소각장이 위치해 있다. 일부 시설들이 지하에 설치돼 있고, 건물은 식물에 둘러싸여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연간 53만6000t을 처리하는 이 시설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파리아파트의 난방과 온수, 전기로 사용되며 소각재는 센강의 선박으로 수송해 도로 기초재료로 활용된다. 그 덕분인지 이 지역의 집값은 파리의 평균 집값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철저한 환경시설로 냄새와 연기 없는 이 시설은 시민들에게 ‘도시 속 에너지 허브’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기초시설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해야 하며, 앞으로의 환경기초시설은 단순한 ‘처리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순환구조를 구현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자동 선별 기술을 통해 재활용할 수 있는 가연물을 최대한 고형연료화해 발전소나 시멘트 생산 원료로 활용하는 한편, 선별잔재물을 소각해 에너지 회수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시설 설치는 수거·운반의 효율성, 부지 활용 가능성, 규모의 경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원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시설 설치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단순한 보상 차원을 넘어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복합 쇼핑과 문화공간, 친환경 커뮤니티 시설, 일자리 창출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될 때, 환경기초시설은 지역 주민이 기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유치하고 싶어하는 공동의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환경기초시설은 더 이상 외곽에 숨어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도시 중심에서도 작동할 수 있고, 지역사회와 어우러질 수 있으며, 국가 재생에너지 및 자원 전략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야 좋은 시설’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버리고, 시민들이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를 위해서는 기술과 정책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지역의 친환경적 경제성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수도권매립지를 비롯한 기존 인프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제적 모범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패러다임을 혐오시설에서 도시자산으로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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