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표표하고 명랑하게 촉수를 뻗는 시어, 김혜순 시인 새 시집[BOOK]

본문

17582592417601.jpg

책표지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김혜순 지음
난다

“예전에는 고통으로 가득 차서 시를 썼었어요. 그 시들을 쓰다가 어느 순간 찬물을 몸에 끼얹듯 다른 시를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시인은  이 시집 뒤편에 이렇게 고백했다. 3년 만의 새 시집이다. 그간 쓴 시 중 “웃음의 그릇에 담았던” 65편을 수록했다.

『죽음의 자서전』(2016), 『날개 환상통』(2019),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2022)를 통해 ‘죽음 트릴로지’를 완성한 김혜순 시인. 그는 이 시들을 쓰며 가족의 죽음, 참사 속 죽음을 지났고 그 속에 놓인 자신의 죽음을 마주했다. “죽고 죽”는 일이었으나 “하루하루 일어나게 만든” 힘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새 시집은 그 시간을 지난 김혜순을 보여준다. 그는 어느 날 알게 된 심해의 존재로 몸을 바꾸어 “표표히 고독하게 싱크로나이즈드하는” 말미잘(Sea Anemone)이 된다. “내 몸에서 내 몸이 돋아나올 때/ 내 몸이 세상 전체일 때// 이게 어느 순간의 일인지/ 네가 정말 알아챘으면 좋겠어”(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에서). 시집은 김혜순답게 삶과 죽음, 존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여성성을 탐구한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가뿐하고 명랑하며, 쉽다. 그가 촉수를 뻗어 건네는 시의 언어를 그저 즐겨보자.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65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