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상인들, 손도끼까지 들었다…건대앞 노점 철거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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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문한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2번출구 앞. 노점 가게가 있던 곳엔 철거 안내 현수막이 들어서 있다. 오소영 기자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 불법 노점상 철거를 둘러싼 구청과 상인들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노점상 상인들이 손도끼나 쇠사슬까지 동원하며 격하게 반발하면서 경찰까지 나섰다.
양측 간 갈등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 202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부임한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구민이 안전하게 보행할 권리를 되찾겠다”며 임기 내내 불법 노점상 철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건대입구역 앞 노점상뿐만 아니라 구의동 노점상 12개소도 지난해 상인들과의 오랜 협의 하에 철거됐다. 임기 동안 정리된 관내 노점만 278개소 중 172개소다. 하지만 건대입구역 앞 노점 가게는 구청의 자체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아왔다. 구청은 지난해 5월 이들을 대상으로 4개월 안에 도로를 원상회복하란 명령을 내렸고, 지난 7월엔 자진 정비를 촉구하는 계고장을 부착했지만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 8일 오전 4시, 구청은 용역을 고용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노점 가게 75곳 중 46곳가 철거됐다. 이에 대해 일부 노점상들은 손도끼를 들고 나와 철거 현장의 구청 펜스 등을 훼손하고, 오전 8시까지 광진구 능동로 횡단보도를 점거하는 등 강하게 맞섰다. 구청은 재물손괴와 공무집행 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며 맞대응했다. 경찰은“고발장을 접수해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일 건대입구역 2번출구 앞 노점 박스 위에서 노점상 조합원들이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광진구청의 노점 철거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경찰까지 나섰지만 당분간 격화된 갈등이 정리되긴 어려워 보인다. 구청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건대입구역 앞 노점상 거리는 30년 넘게 보도 대부분을 불법으로 점유하며 영업을 이어왔고, 대부분 전매되거나 전대돼 생계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정비를 요청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과 차량의 통행, 노점의 영업 시간을 고려했을 때 새벽시간대가 아닌 집행은 불가피했으므로 행정대집행법 위반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청은 “구민들에게 안전하게 보행할 권리를 찾아주고자 하는 의지의 결과”라며 “대화나 타협 예정은 없다”고도 밝혔다.
노점상 조합원들도 이에 굴하지 않고 생존권 보장과 기습철거의 불법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열흘 넘게 철거된 노점거리 근처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구청장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노점 지붕 위에 올라 쇠사슬로 몸을 묶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 7개 단체는 전날 오전 광진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이 2010년 규격화 노점 설치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했다”며 “위법 여부를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업장도 있는 상황에서, 행정대집행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생존권과 재산권을 짓밟을 만큼 압도적이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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