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괴물 산불서 살아남은 '만휴정' 25일 다시 문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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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길안면에 위치한 만휴정 모습. 김정석 기자
지난 3월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을 휩쓴 ‘괴물 산불’은 피해액과 복구비만 약 1조8000억원을 넘기는 역대 최대 피해를 남겼다.
아직도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복구하고 있는데, 이 피해에는 국가유산 30여 건도 포함돼 있다.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의 경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이 잿더미로 변했고, 청송 사남고택, 안동 지산서당 등도 전소됐다.

지난 3월 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 방염포가 덮여 있다. 전날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던 만휴정은 방염포 덕분에 다행히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연합뉴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안동 만휴정(晩休亭)이 그 불길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한때 산불에 휩싸여 소실됐다고 알려졌지만, 본채에 덮어씌운 방염포가 큰 역할을 하며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휴정 주변 원림 전역(4.23㏊)은 전소했다.
인기 드라마 등장하며 대중에 인기
조선 16세기 초 문신인 보백당 김계행(1431~1517)이 노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었다는 만휴정은 그 정자와 주변 원림이 아름다워 2011년 8월 국가지정 명승이 됐다. 이어 2018년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큰 관심을 모았다. 만휴정 앞 다리에서 애신(김태리)에게 유진(이병헌)이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 하던 바로 그 장면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의 한 장면. 애신(김태리)과 유진(이병헌)의 '러브'가 시작되는 이 장면은 안동 만휴정에서 촬영됐다. 유튜브 캡처
대중의 뇌리에 아름다운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만휴정이 산불에서 ‘무사생환’ 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기적 같았다. 산불 당시 국가유산청은 알림 문자를 통해 ‘국가유산청과 안동시, 경북북부돌봄센터, 소방서 등 40여 명이 합동으로 (3월) 25일 만휴정의 기둥과 하단 등 목재 부분에 방염포를 전체 도포했고, 살수 작업 등을 통해 일부 소나무 그을림 외에는 피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불 직후 안동시는 만휴정과 원림 복구 공사를 시작하면서 출입을 통제했다. 많은 방문객이 만휴정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안동시는 6개월간 탐방로 정비, 고사목 제거, 안전시설 보강 등을 마무리하고 오는 25일 만휴정을 정식 개장한다. 개방은 매주 수~일요일, 공휴일에 운영되며 유료 관람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가 난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 원림에서 복구 관계자들이 고사목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25일 정식 개장…원림은 계속 복원
만휴정 개방과 함께 인근의 안동포타운, 금소마을, 묵계서원 등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도 활성화되고 가을철 관광객 유입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안동시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원림 복원은 국가유산청과의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만휴정 관계자는 “이번 개방은 단순한 문화유산 관람을 넘어 산불피해 속에서도 살아남은 만휴정의 감동을 국민과 공유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방문객의 질서 있는 관람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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