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도 3.7km 구간 2차로 확장에 8년…5년이나 더 걸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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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착공 8년 만에 국도 38호선이 왕복 4차선에서 왕복 6차선으로 확장됐다. 사진은 드론을 통해 찍은 국도 38호선. 윤종군 의원실

경기 안성 공도읍과 대덕면을 연결하는 국도 38호선 3.7㎞는 악명 높은 상습 정체 구간이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IC와 평택을 오가는 차량이 몰리는 곳이라서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해 2017년 5월 2일 왕복 4차로를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착공했다. 하지만 3.7㎞에 불과한 이 구간 확장은 지난 17일에야 완공됐다. 8년에 걸쳐 하루 1.2m씩 공사가 진행된 셈이다. 준공 예정보다 5년이 더 늦었다.

시민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면서도 공사가 이토록 지연된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며 답답해했다. 안성 토박이 장여정(56)씨는 “차선 확장 공사에 가뜩이나 막혔던 도로가 8년 동안 더 혼잡했다”며 “도로가 뚫린 게 아니라, 안성시민의 답답함이 뚫린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석(68)씨는 “공사 기간에 태어난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왜 이리 공사가 지연됐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국도 38호선 확장 공사 지연은 하도급 업체의 부도가 주 원인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도급 A사는 2019년 부도로 공사를 멈췄다. 이후 공사를 이어받은 B사와 C사도 각각 2022년, 2023년 부도를 맞아 도로 확장 공사에서 손을 뗐다.

새 하도급 업체를 찾는 절차에도 평균 6개월이 소요돼 공사에 장애물이 됐다. 윤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공사를 발주하면 계약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75.3일(지난해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 보완(46.3일), 기술 검토(12.3일), 입찰 공고(49.7일), 개찰(36.7일) 등 절차를 따라야 해서다. 국도 38호선 공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윤 의원은 “업체가 부도가 나니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설계도도 없는 등 발주한 뒤에도 공사에 제약이 적지 않았다”며 “공사 중에 예상치 못한 지하 관로를 찾으면 또 관계 기관들이 공문을 주고받다가 1개월씩 공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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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하도급 업체의 부도 등으로 인한 공사 지연은 국도 38호선 만의 문제는 아니다.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와 언양 시내를 잇는 1㎞가량의 도로도 시행사의 연이은 부도로 인해 5년 동안 완공되지 못한 상태다. 인천 옥련동과 송도동을 잇는 560m 길이의 왕복 6차로 도로 공사도 같은 이유로 4년째 마무리되지 못했다.

프랑스는 긴급입찰제를 통해 업체 부도 등 외부 상황으로 인한 긴급 상황 발생 시 공사 지연 기간을 축소하고 있다. 절차를 단순화해서 공개경쟁입찰은 기존의 35일에서 15일로, 제한경쟁입찰은 30일에서 10일로, 협상을 통한 절차는 30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도로 건설 또는 확·포장 공사의 경우 공사업체 타절 등으로 인해 막대한 시민 불편이나 산업·경제적 위축이 확실할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입찰 절차를 단축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등 개정을 장기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불가피하게 업체가 부도가 났을 때는 기존 진행 과정을 공공기관 등에서 승계하고, 이후 공사 시행자에게 이를 인계할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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