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진 찍느라 2시간, 쇼핑도 잊었다" 성수에 뜬 괴짜 건물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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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세계관을 담으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서울 성수동의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요. 낡은 인쇄소 골목 옆에는 카페가 들어서고, 오래된 공장은 전시장으로 탈바꿈했죠. 글로벌 브랜드들도 앞다퉈 자리를 잡으며 성수는 이제 ‘브랜드 경험의 성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 성수에 최근 낯선 외관의 건물 하나가 들어섰어요. 매끈한 곡선의 하부와 돌출된 구조물이 어우러져 마치 도시 위에 착륙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곳, 지난 9일 문을 연 ‘하우스 노웨어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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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즈의 퍼퓸 컬렉션인 낮잠을 자는 거대한 강아지 ‘선샤인’ 조형물.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아이웨어 브랜드로 이름난 젠틀몬스터의 모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이자, 복합문화공간 하우스 노웨어의 네 번째 프로젝트예요. 서울 도산에서 시작해 중국 상하이와 선전을 거쳐 성수까지 문을 열었죠. 이곳의 남다름은 분명합니다.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죠. 또 상하이와 선전이 새로운 시도를 실험하는 ‘쇼룸적 성격’이 강했다면, 서울은 조금 달라요. 젠틀몬스터 외에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전개하는 화장품 브랜드 ‘탬버린즈’, 식음료 브랜드 ‘누데이크’ 등의 집합소이자, 그동안의 성과를 집대성한 종합판으로 기획됐거든요. 특히 ‘되돌아온 미래’를 주제로 브랜드의 철학과 상상력을 건축적으로 구현했고, 이름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어요. 오늘 비크닉에서는 이 특별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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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노웨어 서울 외관.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연면적 3만700㎡(약 9290평), 지상 14층 규모. 마치 서로 다른 세 채의 건물이 겹겹이 쌓여 있는 듯한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김찬중 건축가가 이끄는 더시스템랩이 설계했어요. 첫인상부터 단순한 일상 공간이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고 ‘과격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해요. 그래서 거칠고 투박한 질감은 주변의 평범한 건물들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성수의 괴짜’라는 별칭도 단박에 생겨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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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노웨어 서울 1층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강아지 ‘선샤인’ 조형물.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내부도 외관의 생경함을 이어갑니다. 건물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탬버린즈의 퍼퓸 컬렉션 ‘선샤인’을 마주합니다. 유리 장식장 속 오차 없는 정렬 배치가 보통 향수 매장이라면, 이곳에서는 제품 대신 한가운데 갑옷을 입고 낮잠을 자는 거대한 강아지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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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노웨어 서울 2층에 자리한 젠틀몬스터 매장.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한 층 더 올라가면 젠틀몬스터 전용 공간이 나와요. 방패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브릿지(림과 림 사이를 잇는 중앙부분) 디테일과 노즈패드(코받침)를 제거한 디자인이 특징인 ‘2025 볼드 컬렉션’ 출시를 기념하는 글로벌 팝업의 일부를 선보입니다. 역시나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거대한 설치물을 필두로 볼거리, 즐길 거리로 공간을 가득 채워 매장이라는 생각을 잠시 잊을 정도죠.

3~5층에서는 모자를 재해석한 브랜드 어티슈, 테이블웨어 브랜드 누플랏, 누데이크의 티하우스 등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아이아이컴바인드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어요. 회사 관계자는 “각 브랜드의 콘셉트를 시각화한 경험의 장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며 “기존의 리테일 공간이 제품 진열과 판매라는 기능에만 머물렀다면 이곳에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이른바 ‘퓨처 리테일’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어요.

실제 이곳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즐깁니다. 제품 테스트뿐 아니라 개인 SNS에 올리기 좋은 볼거리가 많다 보니 촬영에 공들이는 이들도 다수였고요. 특히 누플랏의 ‘네일’ 컬렉션은 손가락을 고리에 끼워 실제 손톱처럼 연출할 수 있는 위트 있는 디테일로 가장 많은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어요. 선글라스를 사려고 이곳을 찾았다는 김주애 씨는 “사진 찍느라 두 시간 가까이 머물렀다”며 “향수 향을 맡고, 조형물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쇼핑하러 왔다는 사실조차 잊었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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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플랏의 ‘네일’ 컬렉션 텀블러. 사진 이지영 기자

이게 끝이 아닙니다. 건물 밖으로 나서면 또 다른 장면이 기다립니다. 네덜란드 출신 아티스트 맥스 지덴도프와 협업한 설치 작품 ‘모어 이즈 모어’인데요. 거대한 검은 비닐봉지들과 황금빛 봉지를 들고 있는 노인 조각상이 어우러져 끝없는 해석을 불러일으키죠. 특히 이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 꼬마빌딩을 허무는 조건으로 보증금 5억원에 월세 4000만원을 주고 공간을 임대했다는 후일담이 또 다른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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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맥스 지덴도프와 협업한 설치 작품 ‘모어 이즈 모어’.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예술+테크+상업의 미래형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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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노웨어 서울 2층 젠틀몬스터 매장에 있는 파란 페인트가 칠해진 조각상.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젠틀몬스터는 업계에서 ‘공간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브랜드로 평가 받습니다. 갤러리 못지 않게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기에 새로 매장을 낼 때마다 늘 화제가 됐죠. 요즘 마케팅에서 빼놓지 않는 ‘경험 소비’의 모범 사례가 바로 젠틀몬스터인 셈입니다.

그런데 왜 젠틀몬스터는 이토록 공간에 공을 들이는 걸까요. 그 배경에는 아이웨어 전문 브랜드라는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안경은 의류나 신발보다 사이즈·소재·디자인 면에서 다양하게 확장되기 쉽지 않은 한계가 있죠. 기능성이든 패션 소품이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가 분명하니까요. 또 안경은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한 지금도 시착이 필요한 몇 안 되는 제품군이에요. 브랜드도 소비자도 예민하게 다가가고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젠틀몬스터의 매장은 이런 제한적 요인들을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묘책이 됩니다. 공식처럼 제품이 진열되는 안경 매장에 남다름을 주기 위해, 또 발품을 파는 고객에게 오프라인 구매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예술과 디자인이 결합한 실험에 나선 겁니다. 여기에 이른바 ‘퓨처 리테일’ 전략으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움직이는 오브제와 로봇을 직접 제작하며, 다른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은 총체적 실험으로 이어졌어요.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젠틀몬스터는 단순히 안경을 파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게 하는 무대를 만든 것이 특징”이라며 “안경은 온라인 판매에 한계가 뚜렷한데, 젠틀몬스터는 이런 제약을 공간 실험으로 돌파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어요. 그러면서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한 공간 전략은 MZ세대는 물론 해외 소비자에게도 효과적으로 통한다”고 덧붙였어요.

흥미로운 건 이제 패션이 아닌 분야에서도 젠틀몬스터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지난 5월 구글은 젠틀몬스터의 독보적인 디자인 감각과 예술적 세계관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젠틀몬스터가 추구해온 ‘퓨처 리테일’의 개념을 기술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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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웨어 브랜드 누플랏의 네일 컬렉션 제품들.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이런 배경에서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패션과 예술, 그리고 기술이 맞닿는 새로운 실험을 집대성한 첫 무대입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예술적인 이미지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하는 현장, 그리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공간 브랜딩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압축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업계에서는 “역시 또 젠몬이 젠몬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럭셔리 플래그십의 스케일, 그러나 위압감 없는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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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노웨어 서울 5층에 위치한 누데이크의 티하우스.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또 다른 관점에서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어요. 바로 럭셔리 하우스와의 대비죠. 성수는 이미 루이비통·구찌·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무대에요. 디올의 경우 대규모 매장을 일찌감치 오픈하기도 했죠. 그런 성수에서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럭셔리와 맞먹는 매장 규모와 안목 높은 인테리어를 자랑하지만, 위압적인 분위기를 과감히 덜어냈어요.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성과 대중성을 택했죠. 럭셔리 업계가 주목하는 ‘MZ의 메카’ 성수에서 이런 전략은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대중적인 품목인 선글라스를 다루면서도 갤러리처럼 개방적인 공간을 조성해 브랜드 관심을 높이고, 성수동 상권 전체의 유입 효과까지 끌어내는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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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설치 작품이 있는 전시 공간처럼 다가오는 젠틀몬스터 매장. 사진 아이아이컴바인드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젠틀몬스터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질 또 다른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어요. 브랜드는 이미 전체 매출 중 해외 부문이 3156억원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중국과 일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죠. 현재 명동 다음으로 해외 관광객의 새로운 필수 코스가 된 성수에서 새로운 공간을 선보이는 건 이런 의미에서 절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통해 어디서도 없던 도전을 이어가는 젠틀몬스터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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