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콘크리트 걷어낸 '20세 청계천'…쉬리 살고 새가 알 낳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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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청계천에서 여러 새들이 먹이를 찾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직선으로 인공 복원한 하천에 모래톱이 쌓이면서 물의 흐름이 곡선으로 바뀌었어요. 모래톱에 식물이 자라고, 그 안에 새가 알을 낳고 있는데 청계천이 자연화 되고 있다는 증거죠.

생태학자인 구본학 상명대 명예교수는 26일 “자연의 힘이 인간이 만든 청계천을 바꾸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복원 직후인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청계천 생태계를 연구했던 그는 15년 만인 지난 7월 다시 청계천을 찾았다.

모니터링 결과,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고유종인 쉬리를 포함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어류들을 발견했다. 구 교수는 “쉬리 치어가 산다는 건 청계천에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청계천 생물종 두 배 증가…어류는 7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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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설공단 조사 결과, 청계천에서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의 민물고기 '쉬리'가 발견됐다. 사진 서울시

청계천은 복원 당시만 해도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콘크리트 어항”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직선형으로 인공 수로를 만들고, 전기로 한강 물을 끌어다 흘려보내는 복원 방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복원 이후 점차 도심의 생태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청계천에 사는 생물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과 국립중앙과학관에 따르면, 청계천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복원 직후인 2006년 342종에서 2022년 666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60종에 불과했던 식물종 역시 3배가 넘는 492종이 서식했다.

어류의 경우 복원 전 조사에서는 4종에 불과했지만, 올해 2차 조사 결과 28종으로 7배가 됐다. 참갈겨니·피라미·버들치 같이 수질이 양호한 곳에 사는 어류도 발견됐다.

서울시설공단 청계천관리처의 이용민 생태팀장은 “어류들은 홍수가 나거나 비가 많이 와 수위가 늘어났을 때 한강에서 중랑천을 거쳐 청계천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고, 일부 종은 시민들이 방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생태 보전 지역을 3곳 지정해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길 만들어 열섬 완화…풍속 7%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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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와 광통교 구간을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물가 주변의 온도가 더 낮게 표시돼 있다. 뉴스1

청계천은 도심 한가운데 물길과 바람길을 만들어 도시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의 기세가 해마다 강해지는 상황에서 도시 하천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청계천이 복원된 후 서울 도심의 열섬현상이 일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계천이 열리면서 찬 공기 덩어리가 이동하는 수변 바람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복원 이후 청계4가와 청계8가는 청계천 주변을 중심으로 평균 풍속이 각각 최대 7.1%와 7.8% 증가했다.

구 교수는 “청계천이 앞으로 자연성을 회복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수용 능력을 고려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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