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고인 한덕수 "계엄, 국가발전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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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첫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이 국가 발전이란 차원에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4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시장 경제, 국제적 신인도 등을 통해 발전해왔다는 신념을 가졌다”며 이같이 답했다.
기소 후 33일 만의 첫 공판이었다.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위증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같은 날 “중요 사실관계와 피의자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에 다툼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사안 중대성, 알권리 감안해 재판 중계
이날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 국민 알권리 등을 고려해 재판 중계를 허가했다. 이날 오전 9시37분, 한 전 총리는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 들어섰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오른편으로 쓸어넘겼고, 남색 정장에 옥색 넥타이 차림을 한 채였다. 방청석 사이에 난 통로를 지나 방청석 첫 줄에 앉았다.
20여분 뒤 판사들이 입장했다. 재판장이 “피고인 한덕수는 앞으로 나와 착석하기 바랍니다”라고 말하자 한 전 총리가 일어섰고 취재진은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한 전 총리는 왼손으로 검은 서류 가방을 들고, 피고인석으로 걸어가면서 판사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영상 카메라 넉대가 한 전 총리 걸음에 따라 천천히 방향을 돌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한 전 총리가 착석하자, 재판장 명령에 따라 법원 측 중계 카메라를 제외한 언론사 카메라들은 법정에서 퇴정했다. 한 전 총리는 피고인석에 앉아 정면을 바라봤다. 정면에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검사들이 앉았다.
Mr. 공무원 신화의 결말 “내란 방조”
방청석 양 끝 카메라 두 대가 돌아가는 가운데 공판이 시작됐다.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진행될 때 한 전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이름과 주소 등을 답했다. 재판장이 생년월일을 묻자 “1949년 6월 18일입니다”라고 했고, 직업을 묻자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묻는 말엔 “원하지 않습니다”고 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해 피고이석에 앉아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특검팀은 이날 공소사실을 진술하며 한 전 총리의 이력을 나열했다. 1970년 6월 행정고시 8회에 합격해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장관, 38대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 들어 48대 국무총리로 재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형수 특검보(사법연수원 30기)는 “한 전 총리는 윤석열 행정부 2인자이자 제1 보좌기관, 최고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 부의장이었으나 위헌적, 독단적 계엄 선포를 견제할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계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방조해 내란 행위로 헌정 질서가 파괴되는 중대한 결과를 낳았고 사후 선포문에 부서(서명), 계엄 문서 파쇄, 헌법재판소에서 거짓 증언도 해 진실이 상당 기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고 했다.
“빨리 오라” 통화한 송미령 증인 소환
재판은 1시간 10여분 만에 끝났다. 예정됐던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공개는 다음 기일로 미뤄졌다. 특검은 군사상 3급 비밀인 대통령실 CCTV 영상을 공개 재판에서 다룰 수 있도록 기밀 해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날 진행하려고 했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증인 신문도 내달 20일 이후로 연기됐다. 조 전 장관은 가족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2차 공판을 내달 13일 오전 10시로 정했다. 대통령실 CCTV 영상 증거조사와 서증 조사를 하고 이어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와 더불어 대통령실로 호출한 국무위원 5명 중 1명이다. 송 장관은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소집된 후 한 전 총리로부터 전화로 “어디쯤인가” “빨리 오라”고 독촉받았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김주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 4일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과 사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불법 구속을 주장하며 구속 취소를 신청했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가 기각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6월 구속 만기를 앞뒀으나 특검팀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후 법원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이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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