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일 정상 “한반도완전한 비핵화 재확인”…이시바, 고별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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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수도권 집중 문제 등 양국 공통의 사회 문제를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진행된 76분 간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그 중에 하나가 아마도 수도권 집중 문제이고 (이시바) 총리께서 각별히 지역균형발전 지방발전에 관심이 높으신데, 그 점은 저도 너무나 똑 닮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부터 경제 문제를 넘어서 안보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는 그런 가까운 한·일 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공통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양국 관계를 만들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위원회도 재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986년 시작된 한·일 과학기술 협력위원회는 2011년 양국 관계 약화로 중단됐다. 양 정상은 회담 뒤 저출산·고령화, 국토 불균형 성장, 높은 자살율 등 공통의 사회 문제 대응을 위한 협의체를 운용한다는 공동 문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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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누리마루 내부에 걸린 그림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본 측 협력을 당부했고, 양 정상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급변하는 세계 무역 질서에 함께 대응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로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부산의 숙원 사업인 북극항로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과거사에 대해선 원론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마주할 수 없다”는 이시바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과거를 직시하고 밝은 미래로 가자는 나의 생각과 같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서울에서 전용 기차를 타고 내려왔는데, 아마도 총리님이 일본에서 부산으로 날아온 게 거의 시간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시간이 짧았을 것 같다”며 “(양국이) 정말로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여기(부산)는 맑은 날에는 쓰시마(대마도)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라며 “아마도 제 고향(돗토리현)에선 1시간밖에 안 걸릴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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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정말 음식을 잘 준비해주셨는데 그 중에 ‘이시바 카레’가 최고였다”고 회고했다. 이시바 총리는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시바 총리의 방한은 지난 8월 이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이시바 총리를 세 번 만났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 간 셔틀 외교가 완성된 것을 환영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정상회담에서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것에 이시바 총리가 호응하면서 이번 회담 장소는 부산으로 결정됐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에 실무방문 형식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빈방문에 준하게 예우하기 위해 이시바 총리가 누리마루에 입장할 때 전통 의장대와 군악대 도열로 그를 맞았다. 대통령실은 조선 시대 일본으로 보낸 외교 사절단인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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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부인 요시코 여사가 30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내 고 이수현 씨 묘를 참배하고 있다. 이 씨는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시바 시게루 X 캡처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회담이 끝나고 함께 산책을 한 뒤 만찬을 했다.  만찬엔 양국 정상 내외가 참석하기로 했지만, 김혜경 여사는 이석증으로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일본 측에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회담에 앞서 이시바 총리는 이날 부산 시립영락공원의 이수현씨 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이씨는 2001년 일본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철로에 뛰어들었다가 26살의 젊은 나이로 숨진 의인이다. 현직 일본 총리가 이씨 묘소를 찾은 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가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했다.

이시바 총리가 조만간 총리직에서 물러난다는 점은 한·일 관계의 변수로 꼽힌다. 이번 방한은 고별 방문이다. 취임 365일째인 이시바 총리는 “외교 마무리를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대단히 뜻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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