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인질 72시간 내 모두 송환하라” 하마스에 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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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문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 구상’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2시간 내 생사와 관계없이 모든 인질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거부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사흘의 시간을 주면서 ‘백기 투항’ 혹은 ‘궤멸전’을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대규모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종전의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미 백악관은 이날 20개 항으로 구성된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포괄적 계획’을 공개했다. 평화 구상에는 72시간 내에 하마스가 생존자·사망자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송환하고 이스라엘은 종신형 수감자 250명과 2023년 10월 7일 이후 구금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가자 주민 1700명을 석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은 “가자는 이웃 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고 극단주의가 제거된, 테러 없는 지역이 될 것”이라며 “가자는 고통받은 주민을 위해 재개발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양측(이스라엘-하마스)이 이 제안에 동의하면 전쟁은 즉시 종결된다”며 “모든 군사작전은 중단되고 완전한 단계적 철수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전선은 동결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이번 평화 구상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를 점령하거나 병합하지 않고 가자 영토를 단계적으로 이양하는 대신에 하마스는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역시 가자 통치에선 배제된다. 가자는 팔레스타인인과 국제 전문가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임시 과도 통치를 맡고,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국제 기구인 ‘평화 위원회’의 감독·감시를 받는다. 백악관은 “모든 인질이 석방되면 평화적 공존을 약속하고 무기를 해체하기로 한 하마스 구성원에게 사면을 부여할 것이며, 가자를 떠나려는 하마스 구성원에게 안전한 통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에는 하마스도, PA도 운영하지 않는 평화로운 민간 정부가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아랍 지역 및 국제 파트너국과 협력해 가자에 임시 국제안정화 부대(ISF)를 파견해 치안과 국경을 담당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평화 구상이 실현될 경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가자 재건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3~4일간의 답변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하마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는지 모든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하마스의 가자 통치 포기를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어 쉽사리 평화 구상에 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평화 구상을 거부할 경우 “하마스 궤멸 때까지 가자를 폭격하겠다”(네타냐후 총리), “이스라엘의 임무 완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트럼프 대통령)는 두 정상의 으름장을 무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서방 언론들은 평화 구상에 대해 72시간이란 시간 자체가 촉박하고, 이스라엘이 약속을 깨뜨렸을 때 제어장치가 없어서다. PA가 개혁 프로그램을 완료할 경우에 가자 통치를 맡을 수도 있다고 선언했으나, 개혁이 뜻하는 바가 모호하다는 비판 역시 나온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열망”이라고 희미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은 점도 이스라엘에 유리한 평화 구상이란 지적이 있다.

더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 이튿날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발표한 평화 구상과는 다른 내용의 입장을 내놨다.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인질을 무사히 구출할 것이며 (이스라엘군은) 가자 대부분에 잔류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한다는 미국 측 입장과 다르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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