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타버린 재난안전시스템…연휴 사고전파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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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4일 차인 30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합동감식반이 정밀감식을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중단된 정부 서비스가 차츰 복구되고 있지만 완전히 불에 타버린 일부 시스템은 추석 연휴가 지난 뒤에도 복구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소된 시스템 중에는 재난·안전 관련 서비스가 여럿 포함돼 연휴 기간에 안전 관리와 재해 상황 전파가 평소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전체 647개 장애 시스템 가운데 95개가 정상 작동 중이다. 추가된 정상 가동 시스템은 아동학대 관련 정보를 등록·관리하는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보건복지부 소관), 하도급 계약·대금 지급 관리를 위한 대국민 시스템인 하도급지킴이(조달청 소관) 등이다.
하지만 이날 전체 복구율은 14.7% 수준이다. 특히 국정자원 대전 본원 시스템의 컨트롤타워 격인 ‘통합운영관리시스템(ntops)’도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그나마 모바일 신분증, 정부24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1등급 정보 시스템은 현재 전체 38개 중 20개(52.6%)가 정상화된 상태다. 나머지 17개도 순차적으로 복구될 예정이지만 화재로 전소한 시스템을 모두 정상화하는 데 최소 4주가량 걸릴 전망이다.
특히 전소된 시스템 중에는 행정안전부의 ‘안전디딤돌’ ‘국민재난안전포털’ ‘재난관리업무포털’ ‘지진재해·지진해일 대응시스템’과 소방청의 ‘고속도로119긴급출동 알림 서비스’ 등 재난·안전 관련 서비스가 다수 포함됐다. 추석 연휴 기간 귀성길 교통사고나 화재 등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민이 직접 정보를 확인하고 안전 관련 내용을 전파받을 수 있는 창구 일부가 닫힌 상황이다.

김경진 기자
안전디딤돌의 경우 업무 영향도, 사용자 수 등이 큰 1등급 시스템에 속한다. 정부 대표 재난·안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긴급 재난 정보 수신이나 신고, 병의원 등 시설물 위치와 행동요령 조회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민재난안전포털 역시 대피소 위치, 기상특보, 산사태 정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현재는 접속할 수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피소 정보는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 티맵 등에 올라가 있고, 국민행동요령도 네이버 지식백과, 다음 백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대체 확인 경로를 안내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디딤돌 앱도 다운로드만 받으면 기본적인 정보는 오프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의 고속도로119 긴급출동 알림서비스도 전소 피해를 봤다. 긴급출동 알림은 고속도로에서 화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 등 긴급차량의 출동 상황을 운전자 내비게이션이나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전파해 출동시간을 단축하고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다.
연명의료 관련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말기환자의 존엄사 의지도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평소에는 존엄사 뜻을 담은 문서(사전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시스템에 등록했다가 필요할 때 조회해 본인 뜻대로 이행한다. 지금은 등록·조회 둘 다 안 된다.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장은 “전화 문의가 빗발친다. 대혼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만여 명이 연명의료를 하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하루에 50명꼴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4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부처 업무 및 산하기관 업무에 있어 보안·국민 안전·위해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최대한 신속히 점검해 다음 주 국무회의 전까지 최대한 빨리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점이 없으면 없다고 보고하고, 문제가 있으면 시스템을 어떻게 보강할지 등을 최대한 담아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며 “이를 다음 주 국무회의 때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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