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싸고 드론 탐지에 효과"…세계 곳곳서 다시 뜨는 무기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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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 상공에 떠 있는 중국 스파이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 AFP=연합뉴스

군용기와 위성에 밀려났던 군용 풍선이 다시 각국 군대의 전장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은 지난해 격년 훈련 ‘용감한 방패’에서 성층권에 전자기 스펙트럼 센서를 장착한 풍선을 띄워 신형 정밀 타격 미사일을 이동 중인 함선으로 유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올해는 정찰과 통신에 쓰이는 저고도 에어로스탯(aerostat) 풍선을 업그레이드하는 42억 달러(약 5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도 체결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미사일과 군용기 탐지를 위한 조기경보 레이더망 구축 차원에서 에어로스탯 4기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지대에 로켓 탐지용 풍선을 배치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장거리 비행을 위한 신호 중계기로 풍선을 활용한다.

풍선의 군사적 활용은 18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몽골피에 형제의 열기구 발명 직후 프랑스 혁명군은 수소 풍선을 띄워 오스트리아군을 정찰했고 미국 남북전쟁과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도 정찰과 통신에 쓰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도 적진 관측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기와 위성에 밀려 사실상 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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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2월 3일(현지시간) 미국 공군 U-2 정찰기 조종사가 미국 중부 대륙 상공에 떠 있는 중국 정찰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풍선은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미 공군에 의해 격추되었다. 이 사진은 같은 달 22일 미 국방부를 통해 미 공군이 공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군용 풍선이 다시 각광받는 이유는 비용 대비 효율성 때문이다. 에어로스탯은 3~5㎞ 상공에서 운용되는 계류식 비행선으로, 저공 비행하는 미사일이나 드론을 탐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보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수 주 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만, 2015년 미국에서는 연결선이 끊어진 군용 에어로스탯이 예고 없이 150㎞나 표류해 주민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도 24~37㎞ 상공을 떠다니는 고고도 풍선은 더욱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2023년 미국 상공에 진입한 중국의 대형 풍선이 전투기에 격추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정찰 풍선으로 의심했으나 중국은 과학 연구용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최근 대만해협에도 유사한 풍선을 100여 차례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고도 풍선은 위성보다 지상에 가깝기 때문에 통신 신호 포착이나 정밀 촬영에 유리하며 발열이나 소음이 거의 없어 탐지하기 어렵다.

미군 역시 고고도 풍선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표적 식별과 포탄 유도, 심지어 적진 깊숙이 드론을 투입하는 네트워크의 일부로 검토 중이다. 다만 강풍 속 조향 문제와 전력 공급 한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위성이 하늘을 뒤덮고 드론이 전장을 누비는 시대에 군용 풍선의 부활은 놀라운 일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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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해안에서 폭발물 처리대 2팀 소속 해군 병사들이 고고도 정찰 풍선을 회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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