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특정단체 회원만 'K뷰티론'…중기 분통 터뜨린 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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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뷰티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경기도에서 8년째 색조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는 A사는 화장품 브랜드 50여 곳과 거래하며 연 매출 100여억원을 올리고 있는 위탁제조(주문자상표부착, OEM) 업체다. 최근 이 회사는 오랜 고객사로부터 재계약 보류 요청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원하는 ‘중소기업 K뷰티론’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K뷰티론은 대한화장품협회에 가입된 기업과 거래하는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한데, A사는 회원사가 아니라는 것. A사 대표는 “협회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회비가 비싸다고 생각해 가입하지 않았다. 주변 제조업체 중에도 비회원 기업이 훨씬 많다”며 “정부 지원을 특정 단체에 몰아줘도 되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화장품 제조비용 지원하는 K뷰티론
중기부와 중진공이 추진하는 중소기업 K뷰티론 사업이 중소 제조업체의 원성을 사고 있다. 중소기업 K뷰티론은 우수 화장품 브랜드의 신제품 생산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으로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올해 200억원의 예산이 확보됐으며, 선정된 기업은 발주 금액 내에서 최대 1억원씩, 연간 2회까지 정책자금을 저리(최대 5년간, 정책금리 약 2%)로 대출 받을 수 있다. 중기부가 예산 집행과 사업 관리를, 중진공이 지원 기업 선정·자금 집행 등 실무를 맡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지원 대상이다. 사단법인 대한화장품협회 소속 제조사(수주기업)와 거래 중인 기업만 K뷰티론을 받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화장품 제조사(OEM, ODM 등)는 약 4800여개. 이 중 협회에 가입된 제조사는 매출 2조원이 넘는 콜마·코스맥스를 포함해 약 120개(2.5%)뿐이다. 지자체의 경우 K뷰티 지원 사업을 진행 시 수행·평가 기관으로 지역 화장품협회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원 대상에 회원·비회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의 생산설비. 사진 코스맥스
“협회 미가입 제조사 차별” 반발
대한화장품협회에는 제조사 외에도 판매사 약 200개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입회비 150만원, 월회비 15만원을 내면 법령 정보, 국내외 시장 통계, 해외 수출 정보, 화장품 성분 정보 등을 제공한다(연매출 30억 이상 기업은 회비 별도 책정). 하지만 경기, 부산, 인천, 충북, 제주 등 각 지역에도 화장품 협회·단체가 있어 지역 업체들은 비용이 저렴한 곳을 선택해 가입하고 있다.
서울 구로에서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 중인 이 모씨는 “대형 제조사의 경우 여러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다보니 원료 배합(레시피) 등에서 차별화가 어렵고 우리 제품만 신경써주지 않는다”며 “제품별로 강점을 가진 중소 제조업체들을 골라 생산을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6년 째 화장품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사 대표는 “경기도만 해도 화장품 제조사가 1000개가 넘고, 팬데믹 이전부터 수출 제품을 생산해왔다”며 “회원사 기업과 거래하는 판매사에만 혜택을 주면 우리 같은 비회원사는 고객사를 뺏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기부 “향후 보완하겠다”
전문가들은 정책자금을 특정 단체 회원을 대상으로 집행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단체 관계사로 지원 대상을 한정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진성의 남성욱 대표변호사는 “모든 화장품 업체가 의무 가입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지원 대상 선정에 위법·부당한 요소가 있을 수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협회의 행정적 도움을 받는 차원에서 지원 대상을 설정했다. 협회 소속이 아닌 기업들은 K뷰티론이 아닌 다른 정책자금을 이용하면 된다”며 “기업의 애로가 있다면 의견을 청취해 향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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