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임죄 폐지에…"글로벌 스탠다드" "부작용 막을 대체입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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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당정협의를 열고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누차 배임죄는 기업 경영을 옥죄는 족쇄이자 검찰권 남용으로 이어진다고 했었다. 지난해 11월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고 있는 배임죄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배임죄 폐지까지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배임죄에 대한 이같은 문제의식은 당정 논의를 거쳐 30일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안으로 현실화했다. 이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과도한 경제형벌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합리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한 지 2개월 만이다.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재계의 숙원이었다. 특히 배임죄의 구성 요건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형법 355조 2항)의 정의가 모호해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내린 의사결정마저 배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컸다. 법무부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넓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을 배임죄 폐지 배경으로 꼽았다.

"기업에 자율권" 평가 속 "李 대장동 면소법"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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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등으로 기소돼 약 5년 만인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배임죄 논란은 한층 거세졌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과 관련 2020년 9월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5년 만인 지난 7월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재용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받고도 항소당해서 재판에 끌려다니는데 의사결정이 되겠냐”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임죄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기업인을 표적 수사할 때 사용해 온 구시대의 유물인 만큼 민사 소송을 통한 해결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형법상 배임죄가 폐지되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워지고 기업에 자율권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명백한 이재명 구하기법”(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이라는 비판도 있다.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2023년 배임 혐의로 기소된 뒤 1심 재판 중단 상태인 이 대통령 역시 면소(免訴·소송 요건인 죄가 사라져 유무죄 판결 없이 소송 종결)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美 폭넓은 민사적 장치…“‘사익 추구’ 막을 대체 입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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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당정협의를 통해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방안으로 배임죄를 폐지키로 했다. 뉴스1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배임죄 폐지에 나선 것이라면, 그로 인한 부작용과 공백을 막는 후속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진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막을 안전판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배임죄는) 총수 일가와 지배주주 전횡을 억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를 폐지하면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은 회사를 마음대로 좌우하고자 하는 재벌총수 일가의 숙원일 뿐,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배임죄 폐지 논의는 한국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를 뒤흔들고, 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전횡을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경우 형법상 배임죄가 없는 대신 주주대표소송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강력한 집행, 징벌적 손해배상 등 민사 및 행정 절차를 통한 해결 수단이 폭넓게 보장돼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경우 민사소송으로 제대로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고 이같은 점이 기업인의 일탈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우리는 민사로 구제가 어려우니 형사·행정으로 배임죄를 다뤄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구조론 배임 행위에 대한 민사적 처벌이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토론과 합의를 거쳐 대체 입법을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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