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LED 혁명' 노벨상 수상자의 일침 "당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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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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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에디슨의 백열등에 버금가는 ‘새 빛’을 선물한 이가 있다.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마노 히로시(天野浩·65) 나고야대(名古屋大) 교수다. 1500번이 넘는 실험으로 질화갈륨(GaN)을 이용해 빛의 반도체로 불리는 푸른색 LED(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그의 연구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색을 구현하게 된 LED는 스마트폰이나 TV, 조명 등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게 됐다.
중앙일보 창간 60년 기획/ 세계 석학에게서 듣다
지난 16일 나고야대 에너지 변환 일렉트로닉스연구관(C-TECs)에서 그를 만났다. 이 곳은 고전압·고주파·고온에 강해 차세대 반도체 재료로 꼽히는 질화갈륨 연구를 위한 시설이다. 그는 “사회와의 연결을 생각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 학생들과 힘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질화갈륨(GaN) 연구로 청색 LED(발광다이오드) 개발에 성공한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가 지난 16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얘기는 11년 전 노벨상 수상 이야기로 시작됐다. 크게 웃으며 말했다. “운(運)이 좋았을 뿐이다. 수상하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웃음) 교통 신호등을 잘 지키는 것이다.” 기초과학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좋은 이노베이션(혁신)’. 이유를 물었다. 그는 LED 전구를 예로 들었다. “백열등과 형광등을 뛰어넘어 LED를 발명한 것처럼 단순히 기존 비즈니스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다음 단계’의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자는 거다. 실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던 부친이 자주 하던 말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고,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과학기술. 이것이 그가 평생을 지향해온 연구의 목적이란 뜻이다.

아마노 히로시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차세대 반도체 재료로 꼽히는 질화갈륨(GaN) 연구를 위해 나고야대가 2018년 설립한 에너지 변환 일렉트로닉스연구관(C-TECs). 이곳 1층 건물 한켠엔 아마노 교수의 청색 LED(발광다이오드) 개발과 노벨상 수상 자료를 전시한 '아마노 갤러리'가 만들어져있다. 사진은 아마노 교수의 청색 LED 연구 자료. 김현예 특파원
단순 연구만이 아닌 ‘창업’과 같은 비즈니스를 학생들이 경험하도록 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사회와의 연결을 항상 생각하며 연구하자고 한다. 계기가 있었다. 젊은 시절, 학회에 나가 발표도 하고 다른 사람의 발표를 많이 들었다. 점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무엇을 위해 연구하는 걸까? 무얼 위해 발표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알게 됐다. ‘아, 이건 단지 업적을 쌓기 위한 발표구나. 이건 예산을 따내기 위한 발표구나.’ 발표는 매우 많지만 그중 겨우 몇 퍼센트 정도만 정말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인공지능(AI)을 쓰면서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게 됐는데, 제일 곤란해지는 것이 전력으로, 질화갈륨으로 전력 소비를 줄이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가 평생을 바치게 된 질화갈륨과 인연이 닿은 것은 대학 진학 이후의 일이다. 은사이자 노벨상 공동 수상자인 아카사키 이사무(赤﨑勇·1929~2021) 교수를 만나면서다.

질화갈륨(GaN) 연구로 청색 LED(발광다이오드) 개발에 성공한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를 지난 16일 나고야대에서 만났다. 김현예 특파원
어린 시절 몸이 허약해 출석도 겨우 하는 아이였던 그는 수학만은 자신이 있었다. 중학생 땐 아마추어 무선(無線)에 푹 빠졌다. 나고야대에 진학한 뒤 그가 들은 수업은 공학과 생활. ‘공학의 공(工)자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였다. 개인용 컴퓨터의 시초가 된 마이크로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을 하던 그의 인생을 바꾼 건 학과 게시판에 나붙은 종이 한장이었다. 연구실별로 졸업논문 테마가 적혀있었는데 1981년 나고야대로 부임한 아카사키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질화갈륨에 의한 청색 LED’ 연구에 마음이 동했다.
1960년 LED가 개발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한 청색을 위해 그가 아카사키 교수 연구실에 발을 들인 것은 1982년. 10년 뒤인 1992년 세계 최초로 파란색 LED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그는 2014년에 노벨물리학상을 품에 안았다. 상용화로 이어지도록 기여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UCSB(샌터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와 함께 3인이 공동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노벨상 수상 후 달라진 것은 학교였다. 나고야대는 ‘미래 일렉트로닉스 집적 연구센터(CIRFE)를 2015년 출범시켰다. 질화갈륨은 물론 실리콘카바이드(SiC), 카본나노튜브와 같은 소재와 이를 사용한 기기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2018년 12월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에너지변환 일렉트로닉스실험 시설(C-TEFs), 첨단 연구시설인 C-TECs가 차례로 문을 열어 현재 약 200명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재료로 꼽히는 질화갈륨(GaN) 연구를 위해 나고야대가 2018년 설립한 에너지 변환 일렉트로닉스연구관(C-TECs). 아마노 교수의 청색 LED(발광다이오드) 개발과 노벨상 수상 자료를 전시한 '아마노 갤러리'가 있다. 김현예 특파원
“사람들에게 바로 도움이 되는,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 반도체를 사용한 전자기기로 무엇이 가능한가 생각했을 때 먼저 에너지를 유효하게 사용하는 사회를 떠올렸다. 전기자동차,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헌하고 싶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만 지난해 기준 30명에 달하는데 비결은 뭔가.
“나의 경우는 100% 운이다. 나보다 우수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우연히 은사와 연구 테마를 함께 했고, LED로 연결돼 세상에 퍼졌다. 한국에는 우수한 사람이 많다. 끈기 있는 사람을 국가가 소중히 키워가길 바란다. 일본도 함부로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자신의 인생을 살길 바란다.”
아마노 히로시 교수는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에서 1960년 출생. 자동차 회사 스즈키에 다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았다. 한때 교토대 수학과 진학을 꿈꿨지만 나고야대 공대로 진학. 마쓰시타전기, 지금의 파나소닉에서 질화갈륨을 연구하다 나고야대로 온 스승 아카사키 이사무(赤﨑勇·1929~2021) 교수를 1982년에 만나며 질화갈륨(GaN)을 이용한 청색 LED 연구에 빠졌고, 지금은 후학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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