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카오톡 개편 논란…한국 메신저 시장 지각변동 가능성은[트랜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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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톡의 메뉴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친구 목록 대신 피드형 화면이 도입되고 불필요한 정보 노출과 광고 혼합 때문에 불편하다는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숏폼 영상 기능이 전면에 등장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원성도 있었습니다. 업데이트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커뮤니티에서는 자동 업데이트 해제법이 공유될 정도로 그 파급력이 컸습니다.
그동안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에서 문자 메시지와 네이트온을 밀어내고 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됐죠. 하지만 이번 사태는 영원불변 같던 메신저 패권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메신저 이미지. 사진 챗GPT
카카오톡의 독점 구조와 최근 해외 메신저 동향
한국에서 메신저 시장은 사실상 ‘카카오톡=메신저’라는 등식으로 굳어졌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93% 이상이 카카오톡을 사용합니다. 이는 여러 메신저가 공존하는 해외 트렌드와는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메신저는 다른 IT 서비스와 달리 네트워크 효과가 극도로 강하게 작용합니다. 때문에 모두가 쓰는 메신저를 쉽게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카카오톡은 은행 앱이나 쇼핑 앱과 달리 사실상 ‘인프라 서비스’로 기능해왔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쇼핑 서비스는 얼마든지 갈아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메신저만큼은 바꿀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편 사태는 당연시되던 인식에 균열을 내며, “정말 대체재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는 다양한 메신저가 있습니다. 해외의 메신저 시장 상황은 어떨까요? 왓츠앱(WhatsApp)은 월간 활성 이용자가 30억 명을 넘고 18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왓츠앱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메시징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종단 간 암호화 등 보안성을 강조해 사용자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반면 중국의 위챗(WeChat)은 메시징을 넘어 송금, 쇼핑, 예약까지 가능한 ‘슈퍼앱’으로 발전하며 중국인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Telegram)은 강력한 보안과 오픈 API를 앞세워 빠르게 확산했지만, 일부에서는 불법 콘텐츠 유통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보다 뛰어난 보안성으로 유명해진 시그널(Signal)은 빠르게 성장했으나 폐쇄적이고 무겁다는 평가가 따릅니다.
결국 세계 메신저 시장은 슈퍼앱화 모델(위챗)과 미니멀리즘 모델(왓츠앱, 시그널)이 공존하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챗봇이나 보이스 요약, 콘텐츠 추천 같은 신기능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카카오톡의 변화 캠페인. 사진 카카오
카카오톡의 왕자를 차지할 후보는 누구
문자 메시지와 네이트온을 밀어내고 카카오톡이 자리 잡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언제든 전환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외산 메신저가 뿌리내리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문화적 장벽, 언어 지원, 데이터 보관 문제, 그리고 ‘국내 사용자 다수가 한 번에 이동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입니다.
텔레그램은 한국에서 잠시 급성장했지만, 보안 논란과 범죄 이미지 때문에 메인스트림이 되지 못했습니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에서 수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외국 메신저들이 문화적 장벽과 네트워크 효과의 벽을 넘기 어렵다면, 국내 플레이어의 도전은 가능할까요? 가장 주목할 만한 후보는 바로 금융 슈퍼앱인 토스입니다.
토스는 이미 2,000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송금 기능에서는 카카오톡을 능가하는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토스증권을 통해 투자자들의 커뮤니티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메신저 기능만 추가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알리페이나 동남아의 그랩처럼 금융 서비스에서 출발해 슈퍼앱으로 진화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게다가 토스는 올해 초 출범 10주년을 맞아 일상 슈퍼앱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고, ‘앱인토스’라는 미니앱 생태계를 통해 향후 외부 파트너사의 채팅 기능을 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토스가 메신저 시장에 진출한다면, 단순히 채팅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과 커뮤니케이션을 완전히 융합해 슈퍼앱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스크도 큽니다. 2023년 토스는 채팅 기능을 운영하다가 이용자 저조로 서비스를 종료한 경험이 있습니다. 메신저는 단순히 소통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 통신 인프라, 보안 체계, UX 최적화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무엇보다 초기 사용자 집단이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능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다른 서비스와 달리 ‘모두가 함께 써야 한다’는 네트워크 효과의 장벽이 가장 높습니다.

미니앱 생태계를 만드는 토스. 사진 토스 공식 블로그
슈퍼앱화 vs 미니멀리즘, 어느 쪽이 승리할까
메신저의 미래 전략은 두 가지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슈퍼앱화입니다. 중국 위챗처럼 생활 전반을 하나의 앱에서 해결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교차 서비스 시너지를 통해 사용자를 락인(lock-in) 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카카오톡도 택시 호출부터 쇼핑, 송금, 선물하기까지 모든 것을 하나의 앱에서 해결하려는 슈퍼앱 전략을 추구해왔습니다.
다른 하나는 미니멀리즘입니다. 메시지 전송의 본질에 집중해 속도와 단순성을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왓츠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카카오톡 개편에 대한 반발 역시 ‘복잡해진 UI, 불필요한 기능 추가’에 대한 피로감에서 비롯됐습니다. 미니멀한 메신저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가 서비스의 본질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접근법 모두 나름의 성공 사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위챗은 슈퍼앱의 정점을 보여주며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왓츠앱은 단순함을 무기로 전 세계 1위 메신저가 되었습니다. 결국 정답은 없으며, 각 시장의 문화와 사용자 니즈에 맞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국 시장의 경우, 완전한 미니멀리즘보다는 ‘스마트한 결합’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핵심 기능은 단순하고 빠르게 유지하되,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부가 기능은 모듈이나 옵션 방식으로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개인화 시대의 트렌드와도 부합합니다.
또한 메신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보안과 신뢰입니다. 종단 간 암호화, 개인정보 최소 수집, 데이터 주권 보장은 사용자 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특정 메신저에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보안 사고가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습니다.

슈퍼앱 vs 메신저. 사진 재미나이
서비스에 영원한 것은 없다
IT 업계에는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메신저, AOL 인스턴트 메신저, 야후 메신저, 그리고 네이트온까지, 한때는 각 지역에서 독보적이었던 서비스들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메신저 전용 서비스 외에도 인스타그램 DM, 페이스북 메신저, 디스코드 등 다양한 메시징 기능을 사용하는 멀티 호밍(Multi-homing)도 사용자들에게 익숙합니다. 해외 메신저, 국내 슈퍼앱, 혹은 새로운 메시징 서비스가 언제든 국민 메신저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카카오톡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와 한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생태계는 쉽게 대체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번 개편 기능 중 읽지 않은 메시지를 따로 모아서 보여주거나, 피드나 숏폼 형태의 구성을 반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적응하거나 좋은 방향으로 개편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오히려 지위를 공고히 하고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매출이 늘어나는 등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메신저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번 카카오톡 개편을 시작으로 국내 메신저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준탁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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