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셧다운 첫날, 트럼프 세상…야당 지역구 예산 뭉텅이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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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들어간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이 펜스 너머로 보인다. 신화=연합뉴스

“평생 꿈이었던 이곳 관광을 위해 왔는데 문을 닫은 모습이 실망스럽네요.”
미국 텍사스 출신 레이 스쿤다(66)는 1일(현지시간) 워싱턴 기념탑을 관람하기 위해 수도 워싱턴 DC를 찾았지만 입구에 붙은 시설 임시 폐쇄 안내문을 보고 실망스러워하며 워싱턴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안내문에는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추후 공지 때까지 기념탑을 폐쇄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미 의회의 연방정부 예산안 합의 처리 실패로 1일 0시 1분을 기해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들어가면서 시민들 불편이 현실화했다. 첫날인 만큼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공항ㆍ국세청ㆍ우체국 등 필수 기관은 정상적으로 가동됐지만, 일부 공공기관과 관광명소 시설이 문을 닫았다. 도심 한복판에 명소가 즐비한 워싱턴 DC에서는 워싱턴 기념탑을 비롯해 국립기록보관소, 국립식물원, 의회 도서관 및 방문자센터 등이 셧다운 영향으로 이날부터 폐쇄됐다.

워싱턴 DC 내 국립자연사박물관ㆍ국립항공우주박물관 등 박물관을 운영하는 스미소니언 협회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박물관ㆍ연구소ㆍ국립동물원은 오늘 개방하며 적어도 오는 6일까지는 개관할 것”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7일 이후는 개관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공원·공공기관·관광명소 폐쇄

미 전역의 국립공원들은 대부분 문을 열었지만 메인주 아카디아 국립공원,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등은 방문자센터나 화장실 운영을 일부 제한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애틀랜타의 지미 카터 대통령 도서관 등 일부 공공시설이 폐쇄돼 이를 모르고 찾은 이용객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공항 대기 시간 증가, 일부 공원의 시설 폐쇄, 관광 수입의 상당한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 국립공원보호협회는 방문객 요금 수입이 하루 최대 100만 달러가 감소할 수 있으며 인근 지역 사회는 매일 최대 8000만 달러의 관광 지출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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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들어간 1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관리인이 방문객에게 입장을 안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방 공무원 75만명 무급휴직’ 추산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직원들은 셧다운으로 자리를 비웠고 나머지 일부는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출근을 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었다”며 “언제 해고되는 것이냐고 자조적으로 묻는 공무원들도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이번 셧다운으로 전체 연방정부 공무원 약 210만 명 가운데 36%에 달하는 약 75만 명이 반강제적으로 무급 휴직에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 이민 단속, 관세 등 이른바 ‘도널드 트럼프 어젠다’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다. 이들 부처는 과거 셧다운 때보다 더 많은 직원을 유지하며 차질 없이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트럼프 어젠다’ 이민 단속 ‘이상 무’

최일선에서 불법 이민 단속을 주도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7월 제정된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통해 이미 예산이 책정돼 셧다운 영향이 미미하다. 국경ㆍ이민 업무를 맡는 국토안보부는 2023년 셧다운 위기 때 직원 88%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번에는 95%로 상향 조정했다. 관세 정책 실무 기관인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대체로 필수적이지 않은 기관으로 분류됐지만 셧다운과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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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들어간 1일(현지시간) JD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면 야당이 원하는 정책 사업이나 프로젝트는 대거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집행 보류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이날 약 180억 달러 규모의 뉴욕시 인프라 사업 예산 집행을 보류한다고 했다. 뉴욕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텃밭 중 하나로 예산안 협상을 진두지휘 중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주)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뉴욕주 제8구)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보트 국장은 또 “급진 좌파 민주당의 기후 의제를 위한 ‘신종 녹색 사기’ 자금 80억 달러를 삭감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을 이용해 정적에게 타격을 가하려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야 ‘네 탓 공방’…장기화 우려

정부 여당과 민주당은 셧다운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민주당이 정부 서비스를 ‘인질’로 삼아 자신들의 정책 목표를 관철하려 한다”며 “민주당의 정책 목표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이번 셧다운은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민주당 내 극좌 세력 책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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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킴 제프리스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민주당 때문에 시작된 셧다운으로 연방공무원 해고가 불가피해졌다는 논리를 펴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정부를 셧다운했기 때문에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범부처와 협력해 삭감이 가능한 부분을 식별하고 있으며, 우리는 해고가 임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미국 국민의 건강보험을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화당의 셧다운이 막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불법 체류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해 셧다운을 초래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미 상원은 이날 공화당과 민주당의 임시예산안 표결 처리를 시도했지만 핵심 쟁점인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ㆍACA) 보조금 연장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전날에 이어 또 부결됐다. 2일이 의회 휴회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셧다운은 적어도 3일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른 시일 내 해결이 어려울 거란 예상도 나온다. NYT는 “민주당은 굴복할 필요를, 공화당은 합의를 타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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