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간만 도구 사용? 아니다"…'침팬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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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가 지난 2024년 10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한 사진. 제인구달연구소는 1일(현지시간) 구달 박사가 별세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침팬지 행동 연구의 권위자인 제인 구달 박사가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1세.

제인구달연구소는 이날 “연구소 설립자인 구달 박사가 잠든 채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야생 동물이 처한 위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람과 동물, 자연이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평생을 노력했다”고 밝혔다. 구달 박사는 미국 강연 투어 중으로 캘리포니아주에 머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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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구달 박사의 모습. AP=연합뉴스

영국 태생의 구달 박사는 어릴 때부터 동물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돈을 마련해 케냐 나이로비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의 제안으로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 관찰 연구를 시작했다. 공책 한권과 쌍안경 한 쌍을 들고 떠난 탄자니아에서 한 평생을 침팬지 연구에 바쳤다.

구달 박사는 곰베에서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를 잡아먹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시 학계는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그는 “1960년대 초엔 많은 과학자가 인간만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며 “다행히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아서 그런 것들을 몰랐다. (침팬지에게서)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질투를 느끼는 동료라는 존재를 배웠다”고 회고했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가 고기를 즐겨 먹으며, 가족과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다. 침팬지와 가족처럼 어울리는 모습으로 ‘침팬지의 어머니’로도 불렸다.

구달 박사는 대학 학위가 없었지만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지에 그동안 관찰한 침팬지의 삶에 대해 37쪽짜리 기사를 게재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연구에 대해 리키 박사는 “이제 우리는 도구를 다시 정의하고 인간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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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9일 우간다 엔테베에 있는 침팬지 구조 센터를 방문한 구달 박사. AFP=연합뉴스

구달 박사는 1977년 본인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설립하고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와 침팬지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동물원의 침팬지 전시를 반대하고, 천연자원 보존을 촉구하는 등 환경 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기도 했다. 구달 박사 이후로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셰릴 노트, 페니 패터슨 등 여성 과학자들이 영장류 행동 연구를 주도했다.

한국에도 1996년부터 여러 차례 방문해 인연을 맺어 왔다. 구달 박사는 지난 2023년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생명을 사랑하고,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라”며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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