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與 대법관 늘리려 하는데…정작 사건 적체는 하급심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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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기미제사건이 1·2심(사실심·하급심)에선 증가한 반면 3심(법률심·상고심)에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상고심 사건 적체 해소를 명목으로 하급심 판사를 대법원으로 보내는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는데, 정작 사건 적체는 하급심에서 더 심해지는 추세인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김종호 기자
1심 형사합의 5년 초과 장기미제 5.7배 늘어…3심은 감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20~2025년 6월말) 형사 1심 합의사건의 피고인 수는 2020년 433명에서 지난 6월 1289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민사 1심 합의사건(중복 소송 제외) 역시 2247건에서 2862건으로 늘었다.
장기미제사건예규에 따르면 장기미제 사건은 민사사건 1심은 2년 6개월, 2심은 1년 6개월, 3심은 2년 초과, 형사사건은 각급 모두 2년 초과가 기준이다. 이 중에서도 5년 초과 사건은 특별 관리 되는데, 1심 형사합의사건은 2020년 36명에서 지난 6월 206명으로 5.7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민사 1심 합의사건도 211건에서 421건으로 2배 늘었다.
항소심은 1심보단 낫지만 마찬가지로 증가세였다. 같은 기간 형사 사건 피고인은 256명에서 376명(1.4배)으로 늘었다. 민사사건도 2523건에서 3323건(1.3배)으로 늘었다. 5년 초과 장기미제 건수 역시 형사 사건 피고인은 31명에서 45명(1.4배), 민사 사건은 60건에서 79건(1.3배)으로 비슷한 추세로 늘었다.
반면, 하급심에서의 장기미제 적체와 달리 상고심에서는 꾸준히 감소세다. 형사 사건 피고인은 2020년 524명에서 지난 6월 139명으로 4분의 1 수준이 됐다. 민사사건 역시 662건에서 195건으로 3~4분의 1수준이 됐다. 5년 초과 사건으로 보면 형사 사건은 30명에서 14명, 민사사건은 7건에서 8건이 됐다.
이같은 추세는 사실심인 1·2심에서의 사건 적체가 심화하고 있다는 여러 통계와도 같은 맥락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민사본안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1심 합의부가 평균 15.8개월에 달한 반면, 상고심은 7.9개월이었다. 형사사건 역시 1심 합의부는 6.9개월이었지만 상고심은 3개월 만에 처리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가 조 대법원장 없이 진행됐다. 뉴시스
송석준 “일 잘하는 대법원 흔들지 말라”
민주당은 상고심 사건 적체 해소를 명분으로 현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추진 중인데, 실상은 하급심의 적체 해소가 더 절실하다는 통계다. 법원행정처는 대법관을 12명 증원하면 재판연구관이 최소 106명 이상 충원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관 정원이 정해져 있는 이상, 하급심 법관을 대거 차출할수밖에 없다.
사법부 배제는 물론 예산·인력 지원 대책 없이 대법관 증원을 밀어붙이는 것에 법원행정처는 물론 지난달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실심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모인 이유다. 송석준 의원은 “일 잘하는 대법원 흔들기보다 사실심을 충실화하는 방향으로 사법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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