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음주운전 걸려 운전면허도 의사면허도 취소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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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2023년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면허취소법 반대,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음주운전·절도 등 의료 행위와 무관한 범죄를 저질러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비의료 범죄 의사 면허 취소
3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의료 관련 범죄에서 모든 범죄로 확대한 의료법 개정 법률이 시행된 후 올해 들어 의료인 10명의 면허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3명, 한의사 1명, 치과의사 2명, 간호사 4명이다.
또 8명은 면허를 취소하는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21명은 형이 확정돼 정부가 곧 면허 취소를 통지하는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34명은 검찰이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정부에 통보했고, 지금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형이 확정되면 취소 절차에 들어간다.

신재민 기자
첫 취소 사례는 수도권의 50대 전문의이다. 법률 시행 직후인 2023년 12월 사적인 일로 수도권 외곽으로 나갔다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됐다. 그는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무면허운전이 적용됐다.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최근 형이 확정됐다. 복지부의 본인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거쳤고, 내년 4월 면허가 취소될 예정이다. 이 의사는 개업한 동네의원 원장이어서 의원을 문 닫게 됐다.
다른 의사는 절도, 또 다른 의사는 특수폭행·폭행·강제추행·재물손괴·상해 등의 죄를 지었다. 한의사는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위반했다.
치과의사 한 명의 위반 사항은 음주운전, 다른 한 명은 절도·특수폭행이다.
한 간호사의 위반 사항은 음주운전·무면허운전, 다른 이는 상해·공무집행방해, 또 다른 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상)이다. 나머지 한 명은 사기·국민건강보험법·주민등록법·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향정신성의약품)을 위반했다.
2023년 개정된 의료법은 '의사면허 취소법'으로 불린다. 그전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됐다. 허위진단서 작성, 리베이트 수령, 사무장병원 개설, 마약 등 향정신의약품 위반, 낙태(지금은 폐지), 무면허 의료행위 등이다.
의사면허 취소법은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예외로 인정했다. 수술하다 사고가 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2023년 5월 간호법 제정안과 의사면허 취소법이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당시 의료계는 간호법 반대에 집중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의사면허 취소법에 대해 의료계가 "과잉 처벌이자 의사 압박용 법안"이라며 반발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고 영원히 박탈되는 건 아니다. 취소된 지 3년 후 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나오지 않는다.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 대부분 막히기 때문에 5년가량 지나야 면허를 새로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00년 이전에는 지금처럼 모든 범죄를 저지르면 의사 면허를 취소했다. 음주운전·간통(폐지됨)·낙태 등이 주요 사유였다. 음주운전 한 의사가 면허 취소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음주운전이 업무와 무관하다"며 의사 손을 들어줬다. 이를 계기로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2000년 의료 관련 범죄로 취소 대상을 제한했다. 그러다 23년 만에 옛날로 돌아간 것이다.
의사 면허 취소법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변호사·회계사·세무사도 자격을 박탈하는데, 왜 의사는 안 되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건 과잉 처벌"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는 "면허는 업무의 위험성을 고려해 전문적 기술이 있는 사람한테 예외적으로 허가한 것이지 인성·도덕성을 따지는 게 아니다"며 "고유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분야의 전과를 들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면허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행정 전문가는 "실수로 심각하지 않은 죄를 저질렀다고 의사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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