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깨운 것, '부끄러워하는 은총'의 의미[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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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 카를로 무쏘 지음
이재협 외 3인 옮김
가톨릭출판사

 올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인기 있었던 가톨릭 지도자였다. 환한 미소, 소탈한 언행에 교회 개혁에 관한 뚜렷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 관한 책을 검색하면 200권 넘게 나오는데 『희망』은 그의 '전모'를 살필 수 있는 자서전 가운데 눈에 띄는 책이다.

 선종 이후 유산으로 출판하려다 가톨릭 희년을 맞아 앞당겨 냈다는 후기 때문만은 아니다. 훗날 교황이 되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의 조부모와 그들의 외아들이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가는 여객선 티켓을 끊어 놓고 타지 못하는 바람에 침몰 사고를 모면한 사연을 전하는 프롤로그부터 강렬하다. 열일곱 살 때 여학생에게 결혼 제안 편지를 보냈던 일, 성소(聖召)를 확신하게 된 순간의 신비, 대작가 보르헤스와 조우한 사연 등은 그의 인간적 면모를 엿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교황으로 선출된 콘클라베 내부를 전하며 언급한 '부끄러워하는 은총'은 신자가 아닌 사람도 인생의 지혜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풀어쓰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양심을 가진 것이 은총이라는 얘기다. 자신은 너무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는데도 과분한 복을 받았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있고, 그래서 부끄러울 뿐이라고 했다.

 그의 개혁적 성향과 통하는 대목일 텐데 그가 얼마나 도그마를 경계했는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령 그리스도인이 명확한 것만을 원한다면 아무것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통과 과거의 기억은 하느님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열어 줄 용기에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살아 있는 신앙을 체험할 수 있단 얘기다.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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