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알파고 이후 바둑계를 살핀 까닭...우리는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추석연휴 올해의 추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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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책표지
먼저 온 미래
장강명 지음
동아시아
이 책의 추천 글을 쓰던 중 네덜란드에서 개발·공개한 인공지능(AI) 배우의 등장에 할리우드 배우들이 발끈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수백 명 얼굴을 합성하고 숱한 연기자의 연기를 베꼈을 AI 배우로 인해 실제 연기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인간의 예술성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개발사 측은 “AI 배우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 방식이자 도구일 뿐”이라고 맞선다. 그렇게 만들어진 창작 결과물이 앞으로 영화 감상이나 배우 팬덤, 궁극적으로 ‘노력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어떤 파열음을 낼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비슷한 폐허를 목도하고 있는 분야는 안다. ‘알사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빠르게 변화해 온 프로바둑이다.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은 한국 사회가 공모전(혹은 공채)이라는 경쟁 체제를 통해 어떻게 제도권 권력을 유지·재생산하는지를 2018년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을 통해 통렬하게 조명한 바 있다. 이번 책은 AI 파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인류 전체가 관심 대상이다. 비록 구글의 슬로건이 ‘사악해지지 말라’ 일지라도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될 수 있다. 소설 쓰는 AI가 매일 위대한 작품을 288편씩 써낸다면, 그래도 그 작품들은 여전히 위대할까.
기술 문명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던 1936년 『위건 부두로 가는 길』로 경고음을 냈던 조지 오웰처럼, 장강명은 ‘공기처럼 소중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는 않는 가치들의 존재감’을 일깨우고자 한다. 전현직 프로기사 30명 및 바둑전문가 6명 인터뷰를 토대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고찰한 이 책은 출간 석달 만에 10쇄(총 3만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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