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나'를 지우는 질문과 침묵...인터뷰가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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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아무튼, 인터뷰
은유 지음
제철소

'아무튼' 시리즈의 75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2017년 『아무튼, 피트니스』로 시작해 저자·주제를 달리하며 8년째 계속되고 있다. 『아무튼, 인터뷰』의 부제는 '나는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다'. 50대인 저자 은유(본명 김지영) 작가는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와 주변부 사람들의 목소리를 글로 옮겨 전해왔다. 미등록 이주 아동을 취재한 『있지만 없는 아이들』(창비), 특성화고 졸업생의 죽음을 다룬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돌베개), 국가폭력의 피해자 목소리를 전한 『폭력과 존엄 사이』(오월의봄) 등이 대표적이다.

『아무튼, 인터뷰』는 질문과 대화의 기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이를 기록하는 태도에 관한 성찰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인터뷰가 단순한 취재 방식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윤리적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인터뷰를 통해 사회 주류의 기록에서 소외된 이들의 경험과 감정을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옮겨낸다. 태도에서도 감정의 자극을 배제하고 팩트만을 전달한다(그런데도 마음에는 더 와 닿는다). 독자는 기록되지 않았다면 잊혔을 삶을 새롭게 마주한다.

저자의 인터뷰 방식은 질문자 중심인 장르의 전형성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질문을 던진 뒤 자신을 지우고 침묵으로 상대 이야기가 흐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 둔다. 대답에 이르는 망설임과 호흡, 말의 결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터뷰는 ‘경청의 예술’로 확장된다. 또 이 책은 인터뷰가 기록자의 권력으로 타인을 해석하는 작업이 아님을 일깨운다. 질문의 기술을 배우려는 이보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고민하는 독자에게 더 다가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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