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짜와 진짜, 그 경계에서 세태를 풍자하는 베스트셀러 소설집[추석연휴 올해의 추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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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창비
『혼모노』는 2019년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30대 신예 성해나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지난 3월 출간 후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 올여름 두 달 동안 주요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다. 지금까지 25만부가 팔렸다.
표제작 제목 ‘혼모노’는 ‘진짜’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本物, ほんもの)를 가리킨다. “역시 혼모노는 다르네”라는 말을 들으며 세 신령을 모시는 무당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문수는 어느 날 신령이 모두 자신을 떠나 옆집 어린 무당으로 향했음을 알게 되고,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자신의 믿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짜의 태도로 진짜의 힘을 흉내 내는 것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성해나는 계속해서 질문한다.
이 질문을 품에 안으면, 소설집 속 이야기는 더욱 심오해진다. 맨 앞에 실린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한 영화감독의 팬이 주인공. ‘나만 알고 싶은 감독’ 김곤이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인지도를 얻고, 팬들은 둘로 나뉜다. 오랫동안 좋아해 온 코어(core) 팬과 수상 이후 감독을 좋아하게 된 라이트(light) 팬. 라이트 팬으로 분류되는 주인공이 ‘진짜’들만 모인다는 소규모 팬클럽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소설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 개념 사이의 경계를 뚜렷이 세우려 드는 세태를 풍자한다. 건축·영화·음악·정치 등 다양한 소재가 나오지만, 가슴에 남는 것은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이기호 소설가의 말) 사람들의 마음. “잘 읽혀야 한다”가 쓰기 제1원칙이라는 작가 특유의 흡인력 덕에 하루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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