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여당 지지율 다 빠지는데…국힘도 맥 못추는 기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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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황금 연휴가 시작됐지만 추석 민심은 여·야·정 모두에 차가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여야 지지율 모두 동시에 맥을 못 추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 응답율은 57%였다. 7~8월 기록한 취임 후 최고치(65%)보다 8%포인트 떨어졌고, 9월 들어 한 달째 하락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3~25일 진행한 9월 4주차 전화면접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긍정 평가는 55%로 9월 1주차 조사보다 역시 8%포인트 낮았다. 취임 뒤 갤럽에서 진행한 11차례 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집권 초 ‘허니문’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하락·답보 양상이다. NBS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한 달 전 2%포인트 하락한 이후 4주 동안 41% 동률을 기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38%를 기록해 정청래 대표 취임 후 최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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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삼권분립 훼손 우려를 부른 당정의 반(反)사법 전선이 지지율 고전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11일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그게 왜 위헌인가”라고 힘을 실은 뒤 민주당은 사법부 압박을 가속했다. 음모론 수준의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을 정국 한복판에 등장시켰고, 추미애 위원장을 필두로 한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대법원 현장국감 추가 일정을 기습적으로 상정해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법부 이슈는 여권 강성 지지층엔 득점할지 몰라도 중도·무당층은 의구심을 표하는 이슈”라고 했다. 실제로 갤럽 9월 4주차 조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및 내란 의혹을 현 재판부가 계속 맡아야 한다’는 응답은 41%,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응답은 38%였다. 또 이 대통령 부정 평가 원인으로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 및 사법부 흔들기’(5%)가 처음 등장했다.

국감 출석 요구를 받아온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인사 이동, 경찰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전격 체포도 중도층 민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특검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데다가 1·2차 민생회복지원금이 집행됐고,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재판 장면까지 공개된 걸 고려하면 현재 정부·여당 지지율이 실망스러운 것은 맞다”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최근 조사는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 및 이로 인한 행정·민원 혼란, 서울 부동산값 급등 등 부정적 이슈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추석 후 정부·여당 지지율은 지금보다 외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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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하지만 이같은 정부·여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에도 국민의힘은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중이다. NBS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직전 조사와 같았다. 갤럽 기준으로도 9월 1주차 조사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이 8%포인트, 민주당이 3%포인트 하락하는 사이 국민의힘 지지율은 계속 24%를 유지하며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속된 말로 정부·여당의 명백한 실책을 받아먹지 못했다는 거 아닌가.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심각한 신호”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더 뼈아픈 건 중도층 지지율이다. 갤럽 9월 4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중도층 지지율은 13%로 민주당 중도층 지지율(39%)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국민의힘 중도층 지지율은 9월 1주차 조사에서 18%를 기록한 뒤, 여권의 사법부 압박 논란이 불거지는 등 야권에 반등 기회가 있었음에도 5%포인트 하락했다.

장동혁 대표 체제 출범 뒤 장외 투쟁에 나서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지만 당내에서도 “집토끼 결집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남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여권의 고전에도 우리 당 지지율이 한 달 내내 24%에 정체된 건 강성층 규합 효과가 이미 천장을 찍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선 “야당 탄압 프레임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대구 지역 의원)는 점을 아쉬워하는 시각이 많다. 이에 당 지도부가 동대구역 집회 때 썼던 ‘야당 탄압 독재 정치 규탄대회’ 슬로건을 일주일 뒤 서울 시청역 집회에서 ‘사법 파괴 입법 독재 규탄대회’로 바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다수는 국민의힘을 희생자나 탄압당한 정당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국민의힘이 중도층에 민생 정당, 유능한 정당 이미지를 어필하지 않는 이상 대여 투쟁에만 올인해서는 지지율 반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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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부터), 박성훈 수석대변인, 신동욱, 나경원 의원이 3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체포 항의를 위해 영등포경찰서를 방문,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민심이 갈 곳을 잃으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판세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세계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0일 진행한 조사에서 내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때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은 44%,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9%였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 접전 양상인 것이다. 모름·무응답 비율은 17%였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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