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수갑 체포, 이진숙만 키워줬다"…與일각선 '역공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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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수갑 체포’ 과정을 지켜본 국민의힘이 3일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방통위 폐지법’ 시행으로 이 전 위원장이 면직된 지 하루 만이자 추석 연휴 직전에 이런 일이 벌어지자 “섬뜩한 일이 벌어졌다”거나 “이재명식 드럼통 정치의 서막”이라며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전 위원장이 전날 체포돼 수감된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이날 항의 방문해 석방을 요구했다. 장 대표는 지지환 영등포 서장과 면담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체포는 절대 존엄 김현지(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를 추석 밥상에서 내리고 이 전 위원장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하면서 이 전 위원장이 낸 불출석 사유서를 숨기고, 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면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심각한 수사 기록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체포영장에 관여한 경찰과 검사, 법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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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에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체포에 대한 항의방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추석을 앞두고 정쟁을 최소화한다는 기류였지만, 이 전 위원장이 체포 사태 이후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대구·경북 의원은 “의원 단체방에서 심각한 정치 탄압이라며 격한 말이 쏟아졌다”며 “우리 당도 전면전을 벌일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이재명에 거역하면 누구든 체포할 수 있다는 공포 정치, 드럼통 정치를 본격화 한 것”이라고 했다.

율사 출신 의원들은 이 전 위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와 체포의 적법성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판사 출신인 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 시사’에 출연해 “이 전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다’고 발언한 것을 선거법 위반으로 문제 삼아 체포했다고 하는데, 그 때는 대통령 선거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때 아니냐”며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위원장이 경찰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후 체포된 것을 놓고도 “납득할 수 없는 수사 방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경찰에 출석하기로 했지만, 같은 날 민주당이 ‘방통위 폐지법’ 처리를 강행키로 해 국회 출석 의무가 생기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는 입장이다. 하루 전에 이 전 위원장을 면회한 판사 출신의 조배숙 의원은 3일 “이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을 경찰과 검찰, 법원을 동원해 탄압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위원장 체포를 계기로 당내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통일교 사건과 관련해 권성동 의원이 구속 기소된 데 이어 비상계엄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특검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경원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징역형을 구형 받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1심 선고도 내달 이뤄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법 판단에 따라 당이 초토화 될 것이란 위기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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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9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위원장 체포를 놓고 “사필귀정”이란 입장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분(이 전 위원장)은 각종 혐의를 받고 있는 그냥 수사대상자일 뿐”이라며 “출석 요구가 오면 제대로 수사를 받고, 본인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소명을 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사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명분이 더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경찰이 너무 성급하게 체포했다”며 “국민의힘이 공세할 명분만 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체포 사태를 계기로 이 전 위원장의 정치적 체급이 커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이 위원장이 체포되면서 수갑을 번쩍 들어 올렸는데 이재명 정권에 맞선 보수 여전사 이미지가 더욱 부각됐다”며 “추석 연휴 내내 이진숙 이름이 뉴스에서 계속 회자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과 경찰이 이 전 위원장의 몸값을 높여도 너무 높이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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