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4년 9개월 만에 장중 ‘9만전자’를 회복하는 등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속속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등 당분간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실적과 별개로 수출지표, 코스피와의 연관성 등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8만9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주가는 장중 한때 9만300원까지 올라 2021년 1월 15일(9만1800원) 이후 처음으로 9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에서 SK하이닉스보다 뒤처졌다는 평가에 주가가 올해 5월 말까지도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6월 출범한 새 정부가 상법 개정 등 증시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코스피 전반이 상승세를 타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6월초부터 넉 달 사이 56.7% 상승했다.

김영옥 기자

일선 증권사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목표주가를 기존 9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LS증권은 지난 1일 기존 8만6000원에서 11만원으로 재조정했다. 특히 그동안 반도체 업종 비관론을 폈던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까지 긍정적인 관점을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14일 삼성전자의 향후 1년 간 예상 주가를 최대 10만8750원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삼성전자는 (현실 세계와 상호 작용하는) 물리AI 사업 모델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잇단 삼성전자 목표주가 올리기의 가장 큰 배경은 7년 만에 찾아온 ‘반도체 수퍼사이클’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꼽힌다. 반도체 산업 사이클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D램 반도체 재고와 ▶가격 지표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D램 공급자의 평균 재고는 3.3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균 재고가 3.3주란 것은 지금까지 생산해 놓은 D램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이 약 23일이란 의미다. 통상 반도체 업계는 6~8주를 ‘건전한 재고 수준’으로 여기는데, 재고가 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D램(DDR4 8Gb) 가격도 올해 1월 1.4달러에서 지난달 6.3달러로 꾸준히 올랐다. 지난 2018년에 찾아왔던 반도체 수퍼사이클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 동안 HBM 중심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범용 D램 반도체 생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D램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며 “D램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내년 삼성전자는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다만 연초 대비 코스피가 정부의 정책 효과에 의존해 급격히 오른 점은 삼성전자 주가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은 호황 사이클로 돌아섰지만, 증시 전반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 신호는 코스피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한국의 수출 실적이다. 지난달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6.1%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만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뿐, 반도체 이외의 품목 수출은 상당수 부진했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반도체 수출 의존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했을 때 다른 품목들이 전체 수출 실적을 방어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 미국과 중국인데 이들 국가의 (수입) 수요 회복이 관세 타격 등으로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