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국 서열 2위 리창 총리 방북...격 높아진 北 당창건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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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오는 10일 평양에서 열리는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은 향후 북한의 외교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비터가 될 전망이다. 이번 행사는 북한과 중국이 중국 권력 서열 2위로 꼽히는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의 참석을 공식 발표하면서 과거보다 한층 더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력 서열 2위 보낸 중국

북한 관영 매체와 중국 외교부는 7일 북한 정부의 초청으로 리 총리가 당 및 정부 대표단을 인솔하고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하며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2015년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당시 중국 권력 서열 5위였던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방북했던 것에 비해 확연히 격(格)을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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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류윈산(왼쪽)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단상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 입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이 무산된 것은 아쉽겠지만, 중국도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戰勝節·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행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한 것을 계기로 북·중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러시아 측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할 예정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중 관계 회복 기류에 맞게 서열 2위인 리창 총리를 파견한 건 전례에 비춰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며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중·러 2인자를 좌우에 두는 모양새를 연출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주도성과 전략적 지위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미연대 과시 의도도

10일 열병식이 열리는 평양 김일성광장 주석단에는 북·중·러 최고위급은 물론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 등 사회주의권 지도자들도 함께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사회주의권 핵심 인사들이 모이는 이번 행사를 통해 '반미연대'의 선두 그룹 이미지 굳히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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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방북 중인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지적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함께 미국을 견제하는 다극화 질서 구축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사회주의 연대를 통해 한·미의 외교적 압박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이달 말 한국이 주최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견제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애, 다자무대 등판하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인 주애의 행사 참석 여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달 김정은의 방중 길에 동행한 주애는 공식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애를 등장시키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 중국 측의 의중이 작용했거나 만 12세에 불과한 주애가 정식 외교무대까지 감당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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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2023년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다만 정보당국이 최근 김정은의 방중 길에 동행한 주애에 대해 "해외 경험을 쌓게 하면서 유력 후계자 입지를 다진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만큼 주애가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교수는 "이번 열병식은 김정은이 직접 기획·연출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주애를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시켜 존재감이나 지위를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밀병기' 공개 가능성도

특히 북한은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무기를 어김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위협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김정은이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언급한 '비밀병기'를 공개하는 무대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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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5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가 지난 4일 수도 평양에서 성황리에 개막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과 북극성-6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극초음속활공체를 탑재한 화성-11마 등의 최신 무기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당시 비밀병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우리는 비밀병기들을 새로 보유했으며 국방과학 연구 성과들도 적지 않게 이룩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극초음속미사일, 무인잠수정, 고성능 무인기 체계 등이 비밀병기의 후보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평양에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를 열고 신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장착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를 비롯한 신형 전략 무기를 선보였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적들은 자기의 안보환경이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가를 마땅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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