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정자원 화재 뒤 대통령 예능 출연…여야 고발전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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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장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뉴시스]
정치권이 다시 재난의 원인과 대응이 아닌 대통령의 행적을 두고 싸우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에 출연해 사전 녹화한 게 계기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6일 밤 방영됐다.
국정자원 화재는 지난달 26일 오후 8시20분쯤 발생했고, 이 대통령은 28일 오후 5시30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3일부터 국민의힘은 “대통령은 2일간 회의 주재도, 현장 방문도 없이 침묵했고, 이는 잃어버린 48시간이다. 냉부해를 언제 촬영했는지 밝히라”(주진우 의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강유정 대변인이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하자 주 의원은 거듭 촬영시점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4일 이 대통령의 촬영 시간과 전후 일정을 공개했다. 유엔총회 참석 뒤 귀국(26일 오후 8시40분)→화재 초진(27일 오전 6시30분)→비상대책회의 주재(28일 오전 10시50분)→‘냉부해’ 촬영→중대본 회의(28일 오후 5시30분). 하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48시간 행적은 거짓말”(5일 페이스북)이라고 공세를 계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냉부해 촬영은) 1일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을 기점으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K문화를 부각하는 국정 방향 속에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7일엔 김민석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일인 다역은 필연적”이라며 “한·미 무역협상, 정부 전산망 복구 지휘를 동시에 소화하며 K푸드 세계화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게 대통령의 일”이라고 썼다. 그러나 출연의 취지는 여야의 강공 대결 속에 묻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장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고, 국민의힘은 8일 “제1 야당 대표까지 ‘입틀막’하자는 것”이라며 무고죄 맞고소를 검토 중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 대응보다 자신의 홍보용 예능 출연을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건(2014년), 수도권 침수 사태(2022년) 등 재난 때마다 여야는 공수를 바꿔가며 본질과 관계없는 대통령 행적 관련 음모론을 둘러싼 소모전을 벌여 왔다”며 “그게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야당의 음모론은 황당하지만, 촬영 시간을 조정했으면 피할 수 있었던 논란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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