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피스메이커에 축복을"…트럼프, 노벨상 발표 직전 대놓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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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가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 협정 1단계에 전격 합의했다. 양측이 9일께 합의안에 서명할 경우 72시간내에 인질 교환에 이은 단계적 철군이 시작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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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안티파 관련 원탁 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가자전쟁의 휴전이 임박했다는 메모를 전달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하고 양측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우리의 평화 계획 1단계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린다”며 합의 사실을 가장 먼저 공표했다.

트럼프 “강력하고 영구적 평화 향한 첫 단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극적으로 성사된 양측의 합의에 대해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향한 첫 단계”라며 “모든 인질이 매우 곧(very soon) 석방되고 이스라엘은 합의된 선까지 군대를 철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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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재 생존한 이스라엘 인질은 20명가량으로 파악된다. CNN 등은 11일 또는 12일 생존한 이스라엘 인질과 2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질 석방 시기를 “아마도 13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협상을 중재해 온 카타르의 마지드 알 안사리 외무부 대변인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전쟁 종식,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인도적 지원 반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부 사항은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질 교환과 함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내에서 병력을 일부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스라엘은 우리가 제시하고 하마스와 공유된 1단계 철수선에 동의했다”며 1차 철수 범위를 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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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협상에 돌파구…전쟁 종식 가까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전쟁 종식을 종용해왔다. 취임 직전인 1월 15일 양측이 휴전과 인질 맞교환에 합의하자 “내 덕분”이라며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까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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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레바논 남부에서 발사된 로켓을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이 요격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그러나 추가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스라엘이 3월 중순 공습을 재개하면서 희생자가 계속 늘어났다. 특히 카타르와 이집트가 중재자로 나선 협상이 진행중이던 지난달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암살하기 위해 이들이 체류 중이던 카타르를 공습하면서 상황은 보다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달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회담한 뒤 20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 구상을 발표했다. 이후 하마스를 향해 “평화 구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합의안 수용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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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한 난민 팔레스타인 소년이 컨테이너에 물을 채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취임 후 8개월간 교착된 협상에 돌파구가 열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정책 우선순위인 가자 전쟁 종식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노벨상 수상 전날 발표…“피스메이커에 축복을”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전쟁이 끝날지 불확실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카타르, 이스라엘과 하마스 누구도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요구하고 하마스가 거부해온 하마스 무장 해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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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안티파 관련 원탁 회의 도중 가자전쟁과 관련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급하게 전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이번 합의 발표는 10일로 예정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간 전세계의 분쟁을 해결해온 점을 내세우며 스스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앞서 이날 백악관에서 반(反)파시즘 운동 안티파(Antifa) 관련 회의에서도 “우리는 7개의 전쟁을 끝냈고, 8번째 전쟁도 거의 해결 단계에 있다”며 “역사상 누구도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지만, 아마도 그들(노벨위원회)은 내게 그것(노벨평화상)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SNS를 통해 협상 사실을 알린 뒤엔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peacemakers)에게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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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1단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에서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노벨위원회는 올해 평화상 후보 추천을 지난 1월 31일 마감했다. 총 244명의 개인과 94개 단체가 추천됐는데 위원회는 50년이 지난 뒤에 후보를 공개한다.

셧다운 와중 ‘반대파’ 공격…“더 위협적으로 대응”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로 8일째 이어진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는 동시에 “좌익 테러 위협이 매우 심각하다”며 스스로 ‘급진 좌파 세력’으로 명명한 안티파와 배후에 대한 초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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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안티파 관련 원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모를 전달하기 전 메모를 작성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직접 주재한 안티파 대응 회의에서 “그들은 선동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이며, (이 일을 하며) 돈을 받고 있다”며 “그들은 사람들에게 매우 위협적이었지만,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한 것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티파에 자금을 제공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큰 곤란에 처할 것”이라며 “자금을 지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매우 강력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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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들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안티파 관련 원탁회의에 참석해 불에 탄 성조기를 들고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안티파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관련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이날 회의엔 팸 본디 법무부 장관,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을 비롯해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을 펼쳐온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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