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손’은 이미 바빠졌다…피지컬 AI 움켜쥐는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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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계 ‘로봇 M&A’ 활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로봇 기업을 품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이 가속화할수록 로봇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똘똘한’ 기업을 서둘러 찾는 모양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은 스위스 ABB의 로봇 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53억7500만달러(약 7조7000억원)이며 내년까지 인수를 완료한다. ABB는 BMW 등에 산업용 로봇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중국·미국 등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소프트뱅크그룹의 다음 전선은 피지컬(physical·물리적) AI”라며 “ABB 로보틱스와 함께, AI와 로봇을 융합한다는 비전 아래 인류를 발전시킬 획기적인 진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로봇공학과 AI를 융합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AI 개발 분야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인수”라고 분석했다.
로봇에 대한 손 회장의 관심은 오래됐다. 2014년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발표하며 로봇 사업의 비전을 제시했지만, 로봇 시장의 정체가 계속되면서 소프트뱅크의 로봇 사업도 주춤했다. 손 회장은 그후 10여 년만에 8조원에 육박하는 로봇 제조사를 인수함으로써, ‘인간보다 1만배 더 똑똑한 초인공지능(ASI)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퍼즐을 하나 더 맞췄다. 현재 소프트뱅크그룹은 칩 설계 기업 ARM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지분도 확보했다. 여기에 ABB 로봇 사업부가 추가되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서 양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그룹은 최근 로봇 관련 자산을 통합한 새 지주회사 로보HD도 설립했다. AI 로봇 모델 개발사인 스킬드AI를 포함해 버크셔그레이, 애자일 로봇츠 등 로봇 관련 기업 12곳이 로보HD 산하에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손 회장은 미국에 AI로봇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인더스트리얼 파크’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는 오픈AI·오라클과 함께 미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난 1월 이후에 나왔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AI가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 라인을 설계하면, 로봇이 제품을 생산하는 무인화 공장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예산의 2배에 달하는 1조 달러가량이 투입될 전망이다. 손 회장의 인더스트리얼 파크 구상에 따라 자동차 제조용 로봇을 생산해본 ABB 로봇 사업부를 인수했다는 해석이다.
인수 소식 발표후 소프트뱅크 주가는 최대 13%까지 급등했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연간 8%씩 성장하는 750억 달러 규모의 로봇 산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라며 “소프트뱅크의 AI 사업 계획이 분명해졌고, 이번 인수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이제까지 해왔던 로봇 투자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날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도 이탈리아의 오픈소스 하드웨어 기업 아두이노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두이노는 쓰기 쉽고 저렴한 회로기판과 직관적인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하드웨어 시제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초중고 학생부터 로봇공학도, 스타트업 사이에서 널리 쓰여 전 세계 3300만명 달하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퀄컴은 로봇 등 미래 하드웨어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향후 아두이노 제품에 퀄컴의 프로세서를 탑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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