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7만명 목숨 앗아간 가자전쟁…‘트럼프의 힘’ 앞에 일단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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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약 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자지구 전쟁에도 끝이 찾아올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2023년 10월 가자전쟁 개시 이후 두 차례나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구체적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 안팎의 걸림돌에 부딪치며 좌초하고, 합의문은 휴지 조각이 됐다. 2023년 11월 1차 휴전 합의 때는 일시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에 양측이 뜻을 함께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병력 철수 등은 협상 테이블에도 올리지 못하고 양측은 바로 포탄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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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올해 1월에도 2차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하마스 내부의 혼란과 이스라엘 강경파의 휴전 반대로 공전을 거듭하다 지난 5월부터 이스라엘군은 오히려 가자지구 점령 작전에 들어가며 공세를 강화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합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안은 세 번째 합의문이다. 앞선 합의와 달리 아랍 국가들이 중재자로 폭넓게 참여했고, 인질 송환과 수감자 석방을 둘러싼 ‘패키지 딜’은 이스라엘·하마스 양 측 모두 수용할 만한 범위에서 조율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이전과 달리 무조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편만 들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에서 휴전회담에 참여한 하마스 인사를 암살 시도하자 “네타냐후 총리가 카타르에 사과토록 힘을 행사했다”(폴리티코)고 한다. 중재 과정에 카타르와 이집트, 튀르키예 등을 대거 참여시켜 합의의 이행력을 높였다. “가자지구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서 평화가 찾아올 것”(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한 데는 일정 부분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2단계에 들어가면 하마스 무장 해제, 팔레스타인 과도정부 수립, 이스라엘 완전 철군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 하마스의 해체,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에 대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쪽 모두 내부 반발이 있다. ‘팔레스타인 자결과 국가 지위로 가는 신뢰할 만한 경로’ 정도로 모호하게 표현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엔 넘을 수 없는 골이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반대한다.

중동의 새로운 역학관계를 앞으로 중동국들이 마주할지도 관건이다. 요인 암살,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작전 등 과감한 전쟁 수행 능력을 통해 이스라엘은 지역 패권국으로 다가선 반면, 이란과 그 지원을 받은 하마스·헤즈볼라 등 역내 무장 세력은 힘을 상실했다. 이스라엘 언론인 예루살렘포스트는 “가자는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라며 “이스라엘은 역내 안보를 형성하는 행위자가 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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