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화웨이, 삼성·SK칩 사용" 비밀 폭로 회사, 中 블랙리스트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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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기업 화웨이가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 열린 박람회에서 부스를 꾸며놨다. A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 회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칩들을 분해해 ‘반도체 자립’에 한계가 있음을 꾸준히 알려온 회사였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컨설팅 회사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반도체 기술 전쟁이 확대될 조짐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역공학(리버스엔지니어링)으로 유명한 캐나다 컨설팅회사 테크인사이츠를 ‘신뢰할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로써 중국의 개인과 기관들은 테크인사이츠에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외교부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관에 대해 “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탄압하는 데 도움을 주어 국가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난 곳”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테크인사이츠가 화웨이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어센드 910C’를 분해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TSCM 등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부품을 탑재한 것을 알린 지 며칠 만에 이뤄졌다. 테크인사이츠는 지난 3일 화웨이 어센드910C의 여러 샘플을 정밀 분해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조한 HBM2E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한 TSMC의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한 반도체 다이(개별 칩 조각) 2개를 하나로 패키징해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길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우회 통로를 활용하거나 제재 이전 비축한 재고를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화웨이 칩에서 자사 부품이 발견된 기업들은 즉각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가 정한 수출규정에 명시된 기업과 어떠한 사업 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라고 했고, SK하이닉스는 “2020년 화웨이 규제 이후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TSMC 역시 이와 비슷한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제재 이전에 상당량의 재고를 비축하거나 완성품에서 부품을 빼내는 방식을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소프고’라는 중개업체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TSMC 칩 다이 약 290만 개를 확보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테크인사이츠의 분석에 발끈하며 이 회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자립에 자신하던 중국이 여전히 핵심 부품을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렸기 때문. 캐나다 오타와에 본사를 둔 테크인사이츠는 2023년 화웨이 플래그십폰 메이트 시리즈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외국 기업들의 D램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됐다고 밝혀내기도 했다. 테크인사이츠의 보고서의 상당수는 유료 구독자 전용으로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글로벌 전략 분야 애널리스트 천지아는 SCMP에 “테크인사이츠의 보고서는 공격적인 관점과 과감한 콘텐트로 글로벌 기술공급망에 상당히 매력적이었지만, 글로벌 기술전쟁을 고려했을 때 무단으로 칩을 해체하는 일이 문제가 생길 거란 건 예상 가능했던 일”고 말했다.
자립 가속 페달 밟는 중국
화웨이는 비축 재고분을 활용하고 있지만, 꾸준히 자체 기술력을 개발하면서 AI 칩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달 18일 화웨이는 상하이에서 ‘화웨이 커넥트’ 행사를 열고 3년간의 AI칩 개발 청사진을 공개했다. 화웨이는 어센드칩 후속 모델은 내년 1분기와 4분기를 비롯해 2027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1년 한번 주기로 출시하고 매년 컴퓨팅 능력 2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 AI 칩인 어센드의 로드맵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내년 1분기 출시될 제품에는 자체개발한 HBM인 ‘HiBL 1.0’ 사용할 거란 사실도 공표했다. 화웨이는 “최신 HBM3E나 HBM4E보다 비용 효율적”이며 “고객이 투자를 줄이면서 적정 수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표 메모리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역시 HBM 시장 진입을 준비하며 아직 중국이 넘지 못한 칩 기술 장벽으로 꼽히는 HBM 분야 자립에서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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