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장인 손끝에서 완성되던 페라리, 돌연 주요 공정 투입된 '빠른 손&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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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본사 정문 전경. 1947년 첫 공장을 세운 이후, 이곳은 지금까지도 브랜드의 상징적인 생산 거점으로 남아 있다. 박영우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마라넬로. 수도 로마에서 북쪽으로 약 320㎞ 떨어진 한적한 소도시에는 엔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수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본사와 생산공장이 위치해 있기 때문. 이날 찾은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은 묵직한 금속 냄새와 오일 향이 공기를 채웠다.

“엔진은 부품이 아니라 철학입니다”

가장 먼저 엔진 조립 공장을 둘러봤다. 테크니션들은 페라리를 상징하는 빨간색 작업복을 입고 각자의 조립대 앞에서 엔진 블록을 다루고 있었다. 금속이 깎이고, 볼트가 맞물리는 소리가 공장 안을 일정한 리듬으로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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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테크니션이 수퍼카 엔진을 수작업으로 조립하고 있다. 엔진은 페라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부품으로, 대부분의 조립 과정이 숙련된 장인의 손끝에서 이뤄진다. 사진 페라리

페라리 공장 설명을 담당하는 코라도 쿠치 매니저는 “엔진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페라리의 정체성”이라며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고 말했다. 조립대 위에는 6기통, 8기통, 12기통 엔진이 차례로 놓여 있었다. 일부 공정은 자동화되었지만, 결정적인 단계는 여전히 사람의 손끝으로 이뤄진다.

“페라리는 한 대 한 대 만들어집니다”

엔진 조립 구역을 지나 도착한 곳은 차체 조립 공장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미 도색된 섀시 위로 각종 부품이 하나씩 얹혀지고 있었다. 기계가 컨베이어 벨트를 움직였지만, 실제 조립은 대부분 수작업이었다.

한 작업자는 대시보드 패널을 손으로 고정하고, 다른 작업자는 실내 가죽을 손바느질로 마감했다. 조립 속도는 느렸지만, 모든 공정이 정밀하게 진행됐다. “하루에 생산되는 페라리는 수십여 대에 불과합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출고되지 않죠.” 쿠치는 자신 있게 말했다.

공장 안쪽에는 ‘비스포크 공정’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고객이 주문한 색상, 시트 질감, 스티어링 휠 소재 등이 이곳에서 결정된다. 한 작업자는 고객 이름이 새겨진 시트 가죽을 손으로 꿰매고 있었다.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페라리다움’

조립이 끝난 차량은 이탈리아어로 결혼을 뜻하는 ‘일 마트리모니오’라 불리는 마지막 공정을 거친다. 엔진과 섀시, 전자 시스템이 하나로 결합되는 단계로, 쿠치는 “이 과정을 마쳐야 비로소 차가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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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을 마친 페라리 차량들이 마라넬로 E-빌딩 내부 전시 공간에 일렬로 전시돼 있는 모습. 박영우 기자

엔진 시동이 걸리는 순간, 짧지만 묵직한 굉음이 공장 바닥을 울렸다. 쿠치 매니저는 “이 소리를 듣고 테크니션들이 미세한 진동까지 점검합니다. 페라리의 품질 검사는 청음에서 시작됩니다”라며 귀를 기울였다. 공장 안의 기술자들은 모두 숙련된 장인이었다. 어떤 이는 30년째 같은 공정을 맡고 있었고, 어떤 이는 경주용 모델 조립에서 수퍼카 라인으로 옮겨온 베테랑이었다.

‘전동화’의 시대를 앞둔 마라넬로

마라넬로 공장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물은 전동화 전용 시설 ‘E-빌딩’이다. 페라리가 향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생산할 핵심 거점이다. 내연기관 수퍼카로 유명한 페라리도 전동화 준비에 한창이었다.

공장 내부는 차분하지만 정밀한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하얀색 선으로 구획된 바닥 위를 무인 운반 차량(AGV)가 천천히 이동하며 부품을 운반했고, 그 옆에서는 다관절 로봇팔이 용접과 조립, 검사 등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주요 공정에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투입돼 정밀도와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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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차량이 AGV 위에서 최종 조립 단계를 거치는 모습. 조립을 마친 차량은 품질 점검과 주행 테스트를 거쳐 출고된다. 박영우 기자

제어실 벽면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각 공정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고, 공장 전체는 시끄럽지 않았다. 기계의 정밀한 작동음과 AGV 바퀴의 부드러운 회전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페라리의 고향, 마라넬로는 그렇게 자동화와 숙련 인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미래를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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