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美 "신기루" 때려도...北 '극초음속 미사일&…

본문

북한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로동당창건 80돐 경축 열병식’에서 신무기를 대거 선보였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20형이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지만, 기자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에 주목했다. ICBM 화성-20형은 미국을 노리는 무기지만, SRBM 화성-11마는 유사시 한국을 때릴 무기이기 때문이다.

btd04f8e06fece94c57451e7167191f66a.jpg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화성-11마가 움직이고 있다. 연합

bt918d52562157707633aaa69b38352bbb.jpg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화성-11마가 움직이고 있다. 뉴스1

더군다나 화성-11마는 지난 4일 북한의 무기체계 전시회인 ‘국방발전-2025’에 처음 공개된 뒤 6일 만에 5x5(5축=바퀴 10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 2발이 실려 평양 길거리를 누볐다. 이는 북한이 화성-20형 못잖게 화성-11마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정황일 수 있다.

화성-11마가 어떤 무기이길래.

서울서 평양까지 2분 안에 주파  

다시 4일 전시회로 돌아가자. 당시 ‘화성-11마’라고 쓰인 미사일은 오징어 지느러미와 닮은 탄두를 가졌다. 모양으로 따지면 탄두는 극초음속 활공체(HGV)로 보인다. 그리고 화성-11가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을 뜻한다. 이 별명은 러시아의 SRBM인 9K720 이스칸데르(나토 코드 SS-26 스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bt53c11328b9cdbbba55295fdd62a341a0.jpg

4일 '국방발전-2025'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1마. 왼쪽 아래 미사일 겉에 '화성-11마'라고 쓰였다. 연합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기존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에 이어 SRBM도 한·미 군의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해 극초음속으로 성능을 개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KN-23을 러시아로 수출해 우크라이나에서 실전을 거쳤다. 지난 2월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고위 군사 소식통을 인용해 KN-23이 목표물 50~100m 이내 타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정밀도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전 KN-23의 오차 범위가 1~3㎞였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제공한 유도 시스템, 전쟁 데이터 분석을 통한 기술 개선, 더 정확한 표적 정보 제공 등이 원인으로 분석했다.

btae3b0bbce238d979673542ba9c845d19.jpg

4일 '국방발전-2025'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1마. 왼쪽에 한 쌍의 미사일이 화성-11마다. 연합

극초음속은 마하 5(시속 6120㎞)를 넘는 속도를 뜻한다. 이 속도라면 서울서 평양까지 2분 안에 날아갈 수 있다.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하는데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화성-11마와 같이 극초음속 활공체다. 이 활공체는 탄도미사일에 실려 정점 고도에서 떨어져 나온 뒤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말 그대로 글라이더(滑空)를 생각하면 된다. 가끔은 물수제비처럼 통통 튀어 오르기도 한다. 미사일 요격을 어렵게 만드는 수법이다.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미사일과 중국의 둥펑-17이 대표적이다.

bt4f66950e47c31a7dcb12a10ec3e7e14d.jpg

4일 '국방발전-2025'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1마. 가운데 위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가 화성-11마 것이다. 연합

또 하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이다. 낮은 고도를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인데 스크램제트 엔진의 힘을 빌려 극초음속 속도를 낸다. 극초음속 활공체보다 개발이 더 어렵고, 미사일 요격도 더 힘다. 러시아의 지르콘이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북한, 극초음속 기술에 국가적 투자

김정은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개발 도입할 데 대한 과업”을 언급한 뒤 “신형 탄도로케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 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t856f3f61da5ee75314231f658fb35545.jpg

탄도미사일(맨 위), 극초음속 활공체(가운데),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비행 궤도. GAO

그리고 같은 해 9월 28일, 극초음속 활공탄을 단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다음날인 29일 이 미사일이 화성-8형이라면서 사거리 450㎞와 고도 30㎞ 이하였다고 밝혔다. 2022년 1월 5일 북한은 또 다른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들까지 불러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자처하면서 2022년 1월 5일 북한의 미사일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차가워진 남북관계를 어떻게라도 되돌리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애써 평가절하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 당국의 ‘탄도미사일’ 발표는 곧 무색해졌다. 북한이 엿새 후인 1월 11일 김정은까지 불러 똑같은 미사일을 또 쏘면서다. 북한은 미사일 궤적까지 보여주면서 240㎞를 꺾으면서 1000㎞ 떨어진 표적을 맞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종 시험발사”라고 표현했다. 합참은 당시 “북한이 오늘(11일) 발사한 발사체는 엿새 전인 지난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합참의 판정패였다.

그리고 북한은 2023년 7월 26일 ‘무장장비전시회-2023’에서 ‘지상 대지상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싸일’ 화성12-나를 공개했다. 화성 12-나는 다음 날인 27일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돐(정전협정 70주년) 경축 열병식’에도 나와 “태평양에서 작전 수행을 하는 극초음속 미싸일”이라고 소개됐다.

지난해 4월 2일 북한은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를 쐈다. 이 미사일은 1000㎞를 날아 동해에 떨어졌다.

이처럼 북한은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며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 한·미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으려는 목적에서다. 아직 극초음속 활공체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미 네 번이나 시험발사했다.

美 패트리엇, 우크라서 러 ‘극초음속’ 요격

극초음속 미사일은 이처럼 북한이 갈고 닦은 ‘창’이다. 우리의 ‘방패’는 이를 맞을 수 있을까.

btdef98d6856f3ad03b58b15a9391929ae.jpg

지난해 4월 2일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단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의 첫 시험발사. 뉴스1

군 관계자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고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빠른 속도가 물론 요격을 까다롭게 만들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한다.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사거리 1000~300㎞)만 해도 극초음속을 넘는다.

다만 극초음속 활공체의 경우 발사 직후 바로 정점 고도로 올라가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확보한 뒤 활공 비행을 한다. 그런데 활공 비행은 주로 대기권 안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기권 안에서만 날아간다.

이러다 보니 대기권 밖 우주를 감시하려고 잔뜩 깔아놓은 조기경보 체계와 요격 체계가 쓸모없어진다. 보통 사거리 800㎞를 넘기려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다시 재진입하는 탄도비행을 해야만 한다.

물론 미국의 PAC-3 패트리엇이나 한국의 천궁Ⅱ로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PAC-3는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자랑하는 Kh-47M2 킨잘을 떨어뜨렸다. 킨잘인 단거리탄도미사일(지대지 미사일)인 이스칸데르를 공대지로 개량한 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러시아·북한의 미사일 데이터로 PAC-3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정부 소식통은 “정점 고도가 낮은 KN-23 기반으로 극초음속 활공체를 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극초음속까지 가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비싼 화성11-마보다 싼 화성11-가(KN-23)를 더 생산해 포화공격하는 게 우리에게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극초음속 막는 ‘방패’ 속속 개발 중

정부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19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 블록(Block)-Ⅲ 체계 개발 사업 착수 회의를 열었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는 항공기 요격 천궁(천궁Ⅰ), 미사일 요격 천궁Ⅱ를 뜻한다. 이를 개량하겠다는 뜻이며, 보통 ‘천궁Ⅲ’라 불린다.

bt6e8433cb629978e31fde17b83b38ff48.jpg

하이코어 비행체의 발사 시험 장면. 국방과학연구소

이미 2024년 5월 29일 제16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해당 사업이 결정됐다. 2034년까지 2조 8015억원을 들여 기존 천궁의 요격고도·탐지거리·동시 교전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게 사업의 목표다. 천궁Ⅲ는 고속 표적 대응 능력도 향상할 계획이다. 이는 ‘고속 표적’은 극초음속 미사일도 포함한다.

제162회 방추위에서 함께 의결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II 고고도 요격 유도탄 사업은 2032년까지 1조 664억원을 투자해 기존 L-SAM의 요격 고도를 높이고 사거리를 늘리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극초음속 활공체를 먼 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활공 단계 요격 유도탄도 함께 개발된다. 이는 최초의 극초음속 활공체 전문 요격 체계다.

한국은 ‘방패’와 더불어 ‘창’도 만들고 있다. ADD는 현대로템과 함께 2018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복합영역 초고속 비행체(HyCore)를 연구했다. 그리고 이를 발사해 23㎞ 높이에서 마하 6을 5초 넘게 비행했다. 군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려고 한다. 하이코어 시험 발사 기사를 처음 보도한 김민석 애비에이션위크 특파원은 “처음엔 지대함 미사일을 먼저 배치한 뒤 공대함·지대함 미사일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공군은 극초음속 공대지 유도탄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킨잘과 같은 ALBM이다.

극초음속 놓고 남북한의 수 싸움

지난 6월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보복할 때 극초음속 활공체로 평가하는 파타흐-1과 세질-2로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를 타격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란의 미사일 속도가 훨씬 빨라져 대응이 어려워졌으며, 초기 90%에 달하던 요격률도 65%까지 낮아졌다고 시인했다.

bta2cda8f331d78aa6987d1ee400bbdc1d.jpg

패트리엇 PAC-3 MSE가 극초음속 활공체를 요격하는 장면 일러스트레이션.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은 패트리엇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록히드마틴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한국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를 돌파하려는 목적에서다. KAMD는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고도까지 여러 겹의 미사일 방어망을 촘촘하게 쌓았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가 모든 적 미사일을 막을 수 없으며, 동시에 미사일 방어가 잡지 못하는 적 미사일도 없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새로운 위협이지만, 극복하지 못할 도전은 아니다.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면 미사일 표면 온도가 2000도를 넘는다. 이 때문에 극초음속 미사일은 쉽게 탐지될 수 있다. 또 고열 때문에 통신이 어려워지고 시커가 방해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신기루(Mirage)라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로 우리의 KAMD를 무력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장군을 부르자, 우리는 L-SAM-II 등으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다는 메시지로 멍군을 외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의 대응 체계가 전쟁에서 얼마나 방어할 수 있나가 중요하겠지만, 대응 체계 존재 자체가 북한을 억제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효과를 가진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84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