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무원 20장 유서, 유족에도 안 보여줘"…특검 강압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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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조사를 받은 양평군 공무원 정모(57)씨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특검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유족 측도 특검에 대한 고소·고발을 예고하는 등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특검팀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씨는 2016년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부담금 면제 의혹과 관련해 지난 2일 특검 소환조사를 받은 뒤 “계속된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다”는 내용의 메모와 유서를 남긴 채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힘 “특검, 진술 강요” 연일 공세
12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이 결론을 정해놓고 증언을 끼워 맞추는 수사로 고인에게 왜곡된 진술을 강요했다”며 “괴물 특검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국민에게 오히려 합법적 폭력을 가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검은 국토교통부 여자 사무관의 산후조리원까지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이것이 수사의 탈을 쓴 만행이자 합법을 가장한 폭력”이라고 덧붙였다.
특검을 향한 공세에 김건희 여사 측도 가세했다. 김 여사를 변호하는 최지우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 일부 검사는 변호인이 피의자(김 여사)와 나란히 앉지 못하게 했다”며 “특검 검사에게 질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한 적 있는데 특검 검사는 ‘변호인은 가만히 계세요’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 이의제기 자체를 제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의 위와 같은 행태를 보면 충분히 강압수사의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정화 변호사도 “특검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사람을 압박하고 진술을 강요해 결국 한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면 그것은 사건 수사가 아니라 정권 보복”이라고 지적했다.
특검 10일 당일 입장 발표 후 대응 없어
특검팀은 지난 10일 사실관계를 정리한 입장을 낸 이후 공무원 사망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검팀 해명에 따르면 지난 2일 정씨에 대한 조사는 한 차례 이뤄졌다. 특검팀은 “다른 공무원들로부터 이미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했다”며 “새로운 진술을 구할 필요가 없어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특검 수사팀 내부적으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특검팀은 공흥지구 개발부담금 특혜 의혹 수사 과정에서 정씨를 중간 단계에 있던 인물로 보고 있었다. 정씨가 의혹의 정점이나 책임자가 아니었던 만큼 예상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조사 당시만 해도 정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분위기나 조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씨는 조사 이튿날 3일 자로 자필로 작성한 메모에서 “모른다고, 기억이 안 난다고 솔직히 말해도 계속 다그친다”, “지속되는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다” 등 특검 수사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씨가 남긴 유서가 20장 가까이 된다고 한다. 특검 수사에 대한 부당함이 여기에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보는데 경찰이 유서를 유족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 공흥1리 표지석. 손성배 기자
진실 공방으로 장기화 전망
정씨의 메모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이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내놓은 만큼 이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이어질 예정이다. 정씨 조사 당시 작성한 조사와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공개해야 한다는 게 야당 요구다.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를 수사하기 위해 이른바 ‘민중기 특검 폭력수사 특검법’까지 발의하기로 했다.
정씨 유족을 중심으론 특검에 대한 고소·고발도 이뤄질 전망이다. 당장 이번주 중으로 유족 측은 정씨의 조서에 대한 열람을 요구할 계획이다. 정씨의 변호를 맡았던 박경호 변호사는 “조서 열람을 특검이 수용할지를 먼저 지켜볼 예정이다. 기록으로 강압수사 의혹을 밝히긴 쉽지 않겠지만 고인의 답변이 어떻게 적혀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후 특검과 담당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고소하거나 고발할지 유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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