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다섯번이나 뚫린 방패, 고칠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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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가운데) 감독이 12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브라질전 대패를 당한 선수들은 웃음기 빠진 굳은 표정으로 파라과이전을 준비했다. [연합뉴스]
한국과 차원이 다른 브라질 축구 앞에서 ‘홍명보식 스리백(back 3)’은 통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A매치)에서 한국은 브라질에 0-5로 완패했다. 한국은 3년 전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4골을 먹었지만 끝까지 맞불을 놓아 한 골을 만회했지만, 이번에는 5골을 먹고도 이렇다 할 반격조차 못 했다
앞서 지난달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미국·멕시코 평가전에서 스리백 전술인 3-4-2-1포메이션 카드를 꺼내 1승1무의 성적을 거뒀다. 중앙수비수 3명을 기본으로 하되 수비 때 양쪽 윙백이 내려와 파이브백을 만드는 전술로, 사비 알론소 감독 시절의 레버쿠젠(독일) 등이 사용했다. 공격 때는 3-2-4-1, 수비 때는 5-4-1 형태로 선다.
한국은 브라질전에 수비를 늘린 5-4-1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한국 선수가 9명이나 페널티 박스 안에 있었지만 호드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감독도 “(한국의) 수비 간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을 상대로 고군분투한 이강인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 KFA]
브라질 공격수 3명(호드리구·비니시우스·이스테방)이 한국 스리백을 일대일로 압박했다. 상대 압박에 당황한 한국 수비진은 백패스하기에 급급했고 골키퍼 조현우(울산)는 무조건 걷어내야 했다. 왼쪽 윙백 이태석(빈)은 이스테방의 개인기에 무너졌고, 미드필더 백승호(버밍엄)는 상대의 압박에 힘겨워했다. 경기를 지켜본 이천수는 “한국 선수들이 불쌍할 정도로 많이 당했다. 체급 차이가 크게 났다”고, 이영표는 “한국 선수들이 강팀에 대한 두려움만 얻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청한 K리그 출신 지도자는 “첫 실점 전까지 손흥민(LAFC)과 이재성(마인츠)의 전방 압박은 의도가 괜찮았다. 그럴 때 중앙수비수 조유민(샤르자)을 한 칸 올려 미드필더를 늘리는 등의 변화가 필요했다. 브라질 같은 팀은 상대가 0.5초만 늦게 움직여도 파도처럼 휩쓸고 내려간다”며 “오히려 후반전 시작 때 오현규(헹크)를 투입해 4-2-3-1 같은 공격적인 전술로 바꿨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에 졌다고 전술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럽파를 포함해 스리백으로 고작 3경기 치렀다. 브라질전을 반면교사 삼고, 월드컵 본선에서는 상대팀에 따라 스리백을 플랜A나 B로 쓸지 결정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홍명보(가운데) 감독이 12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브라질전 대패를 당한 선수들은 웃음기 빠진 굳은 표정으로 파라과이전을 준비했다. [연합뉴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는 브라질에 견줄 만한 강팀을 적어도 한 팀 이상 만난다. 그런 강팀에 맞서려면 전방에서부터 상대방을 압박하고, 날카로운 역습 전술을 준비하며, 경기 중간에 수시로 전술을 바꾸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브라질전에서 한국 선수 역대 A매치 최다출전 신기록(137경기)을 세운 손흥민은 “넘어져 있을 시간이 없다. 세계적 강팀과 부딪혀보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14일 같은 장소에서 파라과이와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배정 포트가 바뀔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이 변화보다 안정을 선호해 파라과이전에서 스리백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지만, 포백으로의 전환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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